아이들과 함께하는 과정은 늘 예상치 못한 재미가 있다. 지난번에 이어 중학생 친구들과 AI 그림동화책을 계속 만들고 있는데, 어느덧 벌써 3회기가 끝났다. 사실 처음에는 1회기로 시작했던 과정이 2회기, 3회기로 늘어나더니, 오늘도 마무리가 되지 않아 결국 4회기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강사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손에 쥐여줄 '완성된 결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맛보기로 적은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표지와 구성을 포함해 무려 36페이지짜리 책을 만들고 있고, 그 안에 들어가는 본문 스토리만 24페이지에 달한다.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한 이미지를 최소 34장이나 생성해 내고, 이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연결해야만 한다.
비전보드를 바탕으로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동화책을 만들고, 나아가 발표회까지 가진다고 하니 그만큼 결과물의 완성도가 중요해졌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유료 계정이 아닌 무료 계정의 생성 제한 속에서 숙련되지 않은 아이들과 34장의 일관된 그림을 뽑아내는 일은 애초에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유료 계정이었다면 이미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제한된 무료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내일모레 60, 중학생 아이들 앞에서 기꺼이 낮아지는 즐거움
작업이 마음처럼 빨리 진행되지 않으니 아이들 입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불평 섞인 투정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개구진 표정으로 특유의 통통 튀는 언어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참여한 아이들은 대부분 중학생들인데, 참 귀엽고 순수한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 어우러지다 보면 나도 덩달아 마음의 나이가 한없이 낮아진다.
내 나이가 내일모레면 60 임에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나도 아직 어린 중학생이 된 것처럼 목소리가 귀여워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슬쩍 애교도 떨어가며 그들과 한 호흡으로 수업을 이어간다. 잠시 교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어른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같은 온도로 호흡하는 것, 사실 이것만으로도 참 즐거운 일이다. 이 친구들을 만나 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분마저 좋아진다.
배고픔도 잊게 만든 정성과 몰입의 힘
원래는 어떻게든 오늘 3회기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직 아이들의 손에 작업 방식이 완전히 익지 않은 데다, 무료 계정의 한계를 우회하며 다듬는 과정이 전체 속도를 느리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 작업 시간을 한 번 더 갖기로 했다.
오늘 나는 저녁 식사마저 거른 채 강의실에 들어섰다. 예정된 시간은 2시간이었음에도 거의 3시간여를 아이들과 함께 씨름했다. 보통 같으면 배도 고프고 진도도 뜻대로 나가지 않아 지치고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3시간 내내 신나고 즐겁게 웃으며 화면을 채워 나갔다. 내가 먼저 오늘 어떻게든 마무리해 보자고 독려했건만, 정작 현장 측에서 먼저 이야기를 건네주신다.
강사가 효율성과 시계만 바라보며 수업을 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비록 처음 계획보다 시간은 몇 배나 더 걸렸지만, 온 정성을 쏟고 그 안에서 아이들과 진심으로 함께 즐기고 있었기에 마음이 통한 것이다.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고 육체적으로는 지칠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나눈 웃음과 열기 덕분에 그 어떤 만찬보다 든든하고 즐거운 밤이 되고 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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