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일째1 아무 일도 없던 하루에 이름을 붙인다면 조용히, 아무런 일도 없이 지나간 하루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도 특별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 날이 있다.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한 하루이다. 말 그대로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였다. 바쁘게 움직인 듯했지만, 감정도 감흥도 없이 조용히 흘러간 하루였다. 어제일 수도 있고, 무심히 지나친 어느 하루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꾸 떠오르곤 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에, 마음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이야기가 되려면,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눈에 띄는 성과, 뜻밖의 만남, 감정을 흔드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삶은 큰 움직임 없이 흘러가는 날들의.. 2025. 4.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