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그들이 젊어서가 아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생각과 관점도 덩달아 젊어진다. 이미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모르는 언어가 있고, 그들만의 리듬이 있고, 그들만의 고민이 있다. 그걸 가까이에서 듣는 순간,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전에 ‘배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오늘은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과 대학교 3학년생들을 만났다. 주제는 대인관계와 소통. 사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일은 늘 어색하다. 나도 한때는 말 걸어주길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흔히 말하는 ‘극 I’에 가까웠고, 낯선 자리에서는 조용히 앉아 눈치만 보던 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나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먼저 말을 건다. 정적이 흐르고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가 싫어서다.

젊어지는 비법
강의장에 30분쯤 일찍 도착한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섞고 싶음 마음도 있고,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런 과정 없이 바로 강의를 시작하면 서로 어색함으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늘 같은 마음으로 말을 먼저 건넨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런 작은 행동들이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허물게 한다. 그리고 이어 작은 질문들을 던진다. 오늘은 대학생들이어서, 강의장에 오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
“이 시간 전에 뭐 하고 왔어요?”
“영화 보고 왔어요. 하트맨이요.”
순간 나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권상우가 나온 ‘히트맨’을 떠올렸다. 아, 그 영화 보고 왔구나. 대화는 이렇게 가끔, 내가 만든 확신 때문에 어긋나기도 한다.
“그 영화에서 어떤 게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저희 3명밖에 없었어요. 달달한 로맨스도 너무 좋았어요.”
어? 로맨스? 영화관? 머릿속에 있던 ‘히트맨’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거다.
“내가 잘못 알았나 봐요. 영화관에서 봤다고 했는데, 혹시 다른 영화예요?”
“네. 오늘 영화관에서 보고 왔어요. 권상우가 나오는 것도 맞아요. 하트맨이요.”
나는 그 순간, 내가 요즘 문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내 관심은 강의안, 프로그램, 워크숍 같은 ‘일’에 쏠려 있었다. 다른 쪽으로 곁눈질할 여유가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분위기는 더 부드러워졌다. 내가 모른다고 인정하니, 그 친구들이 더 말하고 싶어졌다. 표정이 말랑해지고, 공간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그렇게 라포가 만들어졌다. 그 순간에 배움이 생긴다. 대인관계 소통은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말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분위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시작은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일 때가 많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어때?” “오늘 하루는 어땠어?” “방금 뭐 하다 왔어?”
강의가 마무리될 즈음, 교육 담당자님이 들어오며 말했다. “내일도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내일은… 정말 재미없는 강의인데 어떡하지?” 그때 돌아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괜찮아요. 선생님이 재미있잖아요.” 짧은 한 문장인데, 감동이 크게 밀려왔다. 동시에 에너지가 확 올라온다. ‘재미있다’는 말 안에는 여러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편안했다는 뜻, 부담이 덜했다는 뜻, 내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친구들은 강의 내용보다도, 자신들이 말해도 되는 분위기를 더 기억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루를 또 배운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퇴직했다고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 한켠엔 여전히 어린이가 있고, 어느 순간엔 다시 청년처럼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내게 필요한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작은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태도 말이다. 그게 나를 더 젊게 살게 하고, 더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한다.
오늘 나는 그런 선물을 받고 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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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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