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춘기를 겪던 시절 늘 잔소리가 심했다. 사랑과 걱정이 담긴 말들이었지만, 아들에게는 일종의 검사나 취조처럼 들렸나 보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면 두 가지이다. 아무 말이 없거나 짧은 한 단어로 "네"하면 끝이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대화가 끊기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입만 열면 대화가 끊기는 이유는 '답을 정해서 질문'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아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지만 매번 문 앞에서 거절을 당했다. 이런 시간들이 흘러 코치가 되어 열린 질문을 던지지만 쉽게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질문을 하면서 아들은 그렇게 질문하시면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다며 저항만 늘어갔다. 그래서 AI랑 연습이 필요하다.

취조가 아닌 궁금함으로 접근
AI에게 대화 상대를 알려주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 상대가 무엇에 열광하는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할수록 질문은 더 날카로워지고 다정해진다.
[타깃 맞춤형 질문 생성]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손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됐어. 손녀는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이랑 마라탕을 좋아해. 내가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손녀가 신나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질문 5개만 뽑아줄래?"
이렇게 질문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을 제안할 것이다. "할머니는 마라탕을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너처럼 초보자가 먹기에 가장 맛있는 조합은 뭐야? 네가 주문 좀 도와줄 수 있니?", "네가 좋아하는 그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아? 할머니한테도 그 주인공의 매력을 딱 하나만 알려줘." 이런 질문들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르쳐 주는 전문가로 손녀를 대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신이 나는 법이다. 바로 그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질문만큼 중요한 것이 대답을 들었을 때의 반응이다. AI에게 리액션하는 법도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다. "손녀가 자기 좋아하는 캐릭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내가 어떤 추임새를 넣어야 대화가 안 끊기고 계속 이어질까?" 그러면 "와, 정말?", "그래서 이렇게 되었어?"와 같은 뻔한 말 대신, "그 캐릭터는 네 성격이랑 비슷한 면이 있나 보네?", "아 그래서 네가 그때 그런 말을 했구나!" 같이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는 고차원적인 리액션을 추천해 줄 것이다.
대화는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정보를 나누는 것처럼 한다. 하지만 좋은 대화라고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공부해라.", "언제 취업하니"라는 말은 잠시 마음속에 넣어두자. 대신 다정한 질문 하나를 가슴에 품고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할머니랑 대화하니까 재밌어요"라는 손주의 한마디가 그 어떤 명절 선물보다 당신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대화의 열쇠는 당신의 손안에 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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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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