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속초에서 출발했다.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는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2시간여를 운전하고 보니 딸이 버스를 탈 시간이 되어 전화를 해 보았다. 이런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교통상황이 좋지 못했나 보다. 결국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딸과 전화를 하면서 약속장소를 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 금방이지만 다시 방향을 선회해야 했다. 거센 빗줄기는 도로를 주차장화 하고 있다. 하지만 딸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보니 점심도 거른 채 달려갔다. 끊임없이 내리는 빗줄기이고, 길은 미끄러웠지만 여정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딸을 만나고 보니 그래도 힘이 난다. 이래서 부모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험하고 운전은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에 힘들었다. 하지만 딸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받게 되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함께 나눈 대화에서 배움이 있었고, 느낀 것들이 있었다.
삶도 이런 것 같다. 폭풍우가 내 삶을 지나갔다고 생각하기에 내게 남은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집을 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서 활력이 생기고 있다. 딸과 겨우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곳에 계신 사장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귀가 쫑긋 해진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분의 마인드는 이미 대기업 사장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자신이 이 가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게 아르바이트생에게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또한 아르바이트생을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가게에 있는 음료는 마음대로 마시라고 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 아르바이트생이 가게 음료나 다른 것들을 함부로 먹고 할 까봐 전전긍긍하는데 자신 있게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을 믿는 것이고, 먹으라고 하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그분은 안 것일까?
딸에게 들은 리더십
폭우 속을 운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속도를 낼 수도 없었다. 그 속에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임감, 배려심,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는 딸이 돈을 벌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리더십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 "아빠가 한마디 해도 될까?"라고 하자 "네"라고 한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듣기에 대단한 사장님을 우리 딸이 만난 것 같다. 구멍가게 사장님 마인드가 아니라 대기업 사장 마인들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다. 그런 분을 만난 것이 행운 같은 데 어때?"라고 하자, 딸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자신이 키가 조금 커서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단다. "그랬구나. 아프고 힘들었게다."라는 말을 던지자, 이야기는 더 많이 쏟아진다. 다른 때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빠 또 코칭 질문한다."며 슬며시 피하던 녀석이 오늘은 웬일인지 술술 이야기를 꺼낸다.
어찌나 깔끔하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에 항상 도구나 주변을 깨끗하게 하라고 한다는 이야길 한다. 여기에 한마디를 던져 주기는 했다. "아빠가 며칠 전에 읽은 책에 보니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주울지 말지? 이것을 결정하는 게 자신인지? 타인인지? 떠오려 자신이 결정하고 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하더라. 그분은 자신이 리더이고, 아르바이트생이지만 리더였으면 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분인 것 같아."라고 하자 딸도 공감을 한 듯하다. 좋은 리더는 이렇게 직원이 아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게 리더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든다. 또한 항상 고객입장에서 생각하고 타깃을 분명히 해서 재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보여 딸에게 설명해 주면서 이것이 사업가 마인드이고, 이런 마인드를 가진 리더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주었다.
폭우에서 삶의 의미를 떠올린다.
폭우 속을 운전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경직이 되고, 불편해졌다. 긴 여정으로 피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한 것은 '끈기'라는 단어였다. 끝까지 몰두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끈기가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도 대비된다. 삶에서도 때때로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멈추어 버리면 언제 갈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비가 쏟아지고 길이 미끄러워도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비록 과정이 힘들어도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여정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딸과 오붓한 저녁 식사를 했다. 그것도 꿀맛이었다. 이유는 점심도 거른 채 운전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오래간만에 맛있는 식사를 했다. 삶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이런 단맛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장시간의 운전은 내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딸을 만나 집으로 함께 오는 동안에 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교훈으로 남는다. 삶은 때때로 폭우처럼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배우기보다 당장의 어려움에 집착하게 된다. 폭우가 쏟아지면 속도를 20%~ 30%를 줄여 운행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할 수 있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님이 "내가 왜 강의를 안 하는지 아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해서 강의를 하지 않고 코칭을 합니다."라는 것이다. 강의를 하면서 나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이 나의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고, 그 의미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폭우가 아니더라도 긴 여정의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많은 것들을 깨닫고, 생각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끈기를 배우게 되고, 당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또 다른 기회와 소중한 교감이 되게 한다. 딸과 만나서 긴 시간을 운전을 했지만,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도 함께 할 수 있었다. 힘든 순간도 결국은 삶의 한 부분이며,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길에서 폭우를 만난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결국은 가야 하고 도착해야 하는 길이기에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단단해지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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