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도전 속에 자란다.

  연필은 쓸수록 닳아, 깎아야 한다. 너무 많이 깎으면 짧아지기도 하지만, 그 연필로 글을 쓰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몽당연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닳아진 만큼 쌓인 경험이다.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다.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 실패와 실수가 반복이 되고, 후회와 반성도 많이 남는다. 반복이 되다 보면 두려움에 갇히고 만다. 실패하면 안 될 것 같고, 완벽하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존감은 완벽함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자주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과정에서 자란다. 실패는 나를 쓰러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새롭게 구성하는 도구처럼 느껴진다.

 
  오늘 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강의를 들었다. 한글을 자음과 모음으로 풀어서 사람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내 이름을 풀어보는데 대충 맞는다. 나의 조직에서의 삶을 돌이켜 보며 관계가 어려웠던 이유와 좋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매사에 '완벽'이라는 두 글자는 인정받기 위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늘 삶의 중심에 있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삶을 살면서 실수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작은 실패나 실수에도 스스로를 질타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름을 풀어보면서 문득 깨우친다. '실패를 피하는 사람'은 도전을 멈추는 사람인 것을. 지금도 무언가를 위해 도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이름에 있나보다. 이름을 풀어보며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잠시 떠올려 본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그것이 이름에 들어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나를 지탱해 온 '완벽'이라는 단어가 아니다. 실패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일어선 나라는 사실이다. 
 
  자존감은 스스로와의 관계에서 자란다고 했다. 관계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실패를 무능이라고 생각하면 자존감은 무너지지만, 실패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자존감은 올라가게 된다. 살면서 늘 누군가의 기준에서 나를 평가했다. 어떤 것도 자유롭게 시도하지 못했던 이유이다. 실패는 곧 나의 존재가치를 흔들 것만 같았다.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실패는 나를 이해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어느 쇼츠에서 본 내용의 일부이다. "세상은 가르쳐 주고 있다. 실패할 때마다 배운다."는 것을. 실패가 있었기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존감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를 대하는 방식에서 자란다.
 
  자연을 바라보면, 한 번도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매번 다른 모습이다. 자연은 불균형한 가운데 풍요로움을 준다. 질서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자신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완벽을 갈망하고 있는가? 이름을 바라보며 과거의 어려웠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려움도 견디어 냈고,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나 자신을 믿었던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실패의 시간을 보내든, 성공의 시간을 보내든, 모든 경험에 내가 중심에 있는 것이 진실이다. 더는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로부터 배우며, 다시 도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 과거의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음 잘하고 있어. 충분히 잘 살아왔어.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야."
  실패는 나를 더 단단하게, 더 진솔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늘 내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실패를 겪고 있나요? 어떤 실패를 겪었나요? 그 실패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지금 이 자리에 우뚝 서려면 어떤 도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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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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