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언가를 만드는 당신에게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알람을 맞춰 두었다. 수영장을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몸은 내 뜻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한때는 이런 순간에 자신을 비난하곤 했다.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 너 그러면 안돼? 이렇게 하면 다른 것도 실패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해내야만 가치 있는 하루라는 믿음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오늘 아침, 이불속에서 다시 눈을 감은 건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준 작은 온기이다. 조금은 느슨하게 시작한 하루지만, 오후에는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을 알아야 하는 교훈을 담은 그림책을 ChatGPT로 만들었다. 저녁에는 청소년 경제 교육을 위한 공저 피드백과 토론으로 마무리했다.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내 삶의 여러 '역할'중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뭐지? 완벽하진 않아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서 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다.

  나는 하루를 완벽하게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하루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림책을 만들면서 머릿속에서 떠도는 이미지들과 단어들이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 좋았다.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다듬는 일. 그건 누군가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섬세하고 조용한 일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공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지만, 그 속에도 '살아 숨 쉬는 말'을 심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도 이야기를 만들고, 의미를 짓고 있었다. 내가 잘 해내고 있다고 느끼는 역할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작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만들며 보낸 하루는 나를 지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런 습관들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첫째, 하루가 끝날 무렵, 오늘 만든 것을 하나 적어 보자.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미를 만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서 이다. 글을 쓰며 조용히 머릿속에 그려본다. "오늘 저녁 어머니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따뜻했다." 그 순간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 내가 만든 것이다.
 
  둘째로, 내가 만든 것을 공개하는 용기를 갖자. 물론 그동안에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잘난 체하는 모습으로 비치어질까 봐 꺼린 적도 있었다. 오늘 만든 그림책을 Facebook과 Instagram에 보여주자. 반응에 쑥스럽지만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된다.
 
  셋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도 자신을 다그치지 않기. 가만히 앉아 youTube를 시청한 날도 있었다. 그 하루가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은 YouTube에서 내가 강의에 사용할 영상들을 발견했을 때였다. 멍 때리며 보았던 영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피어난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완벽하고 거창한 결과보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다. 오늘도 아주 작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하루였다. 그리고 작은 창작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속으로 들어갔을 때, 잠깐 나를 실망시키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림책 한 장의 아이디어, 피드백에 담긴 문장 한 줄, 그리고 이 하루를 돌아보며 기록한 이 글까지.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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