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 게, 대체 언제였을까. 요즘은 그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늘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놓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젊은 시절엔 그저 열심히 살면 된다고 믿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맘껏 좋아했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했다.
고등학교 2학년, 봄. 열다섯 편의 영화를 보았던 보름이 있다. 그땐 동시 상영관이 흔했고, 금요일 소풍이 끝나고 영화관에 가서 토요일, 일요일까지 몰아서 보면 최대 여섯 편까지도 볼 수 있었다. 그다음 주 금요일은 소풍, 그다음 주는 체육대회였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그땐 내 삶의 중심에 분명 내가 있었다. 영화에 푹 빠져 있었어도, 내 삶 안에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저 멀리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마치 자다 깬 토끼에게 추월당한 거북이 같았다. 자꾸만 내 안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넌 왜 아직도 그만큼이니?”
“그것도 아직 못했어?”
그 말들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이런 질문만 되뇌며 지냈다. 비교는 처음엔 자극이 되었다. 때론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바쁘게 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향을 잃었다. 잘하고 있어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쉬고 싶어도 “지금 쉬면 뒤처질 텐데…” 마음속엔 늘 의심과 불안이 따라붙었다. 요즘은 더하다. 유튜브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올라오고, 주변에서는 누구 자식이 대기업에 들어갔다느니, 누구 자식이 결혼을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저 늦게 혼인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에 휩싸이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가 주인공이어야 할 내 삶에서 조연처럼 밀려나 있다. 가끔은 괜한 짜증을 아이들에게 쏟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툭 하고 날 선 말을 던지기도 한다. 내 하루보다 남의 이야기가 더 크게 들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기보다 ‘나는 뭐가 부족할까?’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작은 연습을 하고 있다.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내 하루를 돌아본다. 그동안 가져온 루틴을 이어가는 것이다. “오늘 내가 만든 건 뭐였을까?” “오늘 나를 웃게 한 순간은?” “조금이라도 편안했던 순간은 언제였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려본다. 그 상태로 눈을 감는다. 요즘엔 그런 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이건 나를 중심에 두는 삶을 위한 작고 조용한 시도이다. 어제보다 오늘, 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내 감정을 조금 더 알아차렸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잘 살아낸 것이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준다. “오늘도 잘했어. 참 괜찮았어.” 그렇게 하루가 쌓이고 또 쌓이면 어느 순간,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조용하지만 진짜인, 나의 속마음이다. 그리고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그래, 이것이 내 삶이지.”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은, 오직 나만의 이야기를 다시 내 품에 안는다. 그 이야기를 하루하루 새기며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다시 걸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은 자주 빛나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삶은, 나에게 들리는 순간 가장 진짜가 된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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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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