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함정 속에서 쓰는 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봤을 겁니다.

  “혹시 내 글, 너무 익숙한 패턴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나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단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무의식중에 반복되는 문장 구조와 표현, 심지어 전개 방식까지 비슷해졌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책을 함께 써가면서 받는 피드백이 그 사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처음엔 ‘이게 내 스타일이야’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읽어보면 확실히 뭔가 답답합니다. 문장을 조금 바꿔보려 해도, 이상하게 어색해지고요. 자유롭게 쓰던 블로그 글과 달리, 책은 훨씬 더 구조적이고 깊이 있는 서술을 요구합니다. 글쓰기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한 겁니다.

 

  매일 쓰는 글, 성장인가 정체인가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은 분명 나를 단련시켰습니다. 글을 시작하는 데 드는 부담은 줄었고, 속도도 빨라졌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게 정말 성장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땐 주제를 던지고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책을 쓰면서는 오히려 그 반대가 필요했습니다. 주제를 먼저 정하고, 구조를 생각하고, 논리를 쌓아야 하죠. 이제껏 단편적으로 써온 글쓰기 방식이 그 지점에서 벽처럼 다가왔습니다. 패턴을 바꾸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마치 살을 뺀 뒤 다시 찌는 다이어트처럼 말이죠.

 

  나는 여전히 매일 글을 씁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페이지를 채우기 위한 글이 아니라, 다음 장을 쓰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전환점입니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해진 지금, 익숙함을 깨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 이제는 패턴을 의식적으로 깨부수고, 더 낯선 길로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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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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