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제는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며칠간 계속된 강의 일정과 쉴 틈 없는 강의 자료 준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하루쯤은 쉬어도 된다고 허락했지요. 그러면서 사무실로 발길로 향했습니다. 에어컨이 없어 찜통 같은 더위에 선풍기 하나로 버티면서 몸은 쉬는 법을 잊은 듯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네요. 일찍 집에 돌아왔는데도, 이 늦은 밤까지 책상 앞에 앉아 에어컨을 비교해 보고, AI 관련 강의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은 분명히 쉬고 싶어 하는데, 몸은 일하는 모드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쉬고 싶으면서도 쉬지 못할까요?’

 

  진정한 쉼, 연습이 필요합니다

  쉬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문화적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가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도 자주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쉼에 대해 어딘가 모르게 죄책감을 갖고 계시고, 쉬는 시간을 ‘허용되지 않는 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쉼은 단지 게으름이나 멈춤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쉼은 창의성을 일깨우고, 내면의 회복을 도우며, 새로운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고대 그리스어 ’스콜레(Skhole)’는 여가, 쉼, 고요한 시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단어가 라틴어 ’스콜라(Schola)’를 거쳐 오늘날 ’학교(School)’라는 단어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참 흥미롭습니다. 원래 학교는 자유롭게 성찰하고 토론하며 지혜를 쌓는 공간이었다고 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요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이동하고, 어른들 또한 퇴근 후에도 머릿속은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는 ‘쉴 줄 아는 법’을 잊어버린 듯합니다.

 

  진정한 휴식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 모두가 온전히 쉬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더군요. 직장 생활을 할 때부터 조금씩 쉬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퇴직 이후 더 큰 공허함이나 불안을 겪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문득, 찜통 같은 사무실에서 ‘왜 그렇게까지 일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제야 진심으로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삶에서 이제 ‘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쉴 수 없다는 강박은 개인의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형성된 사회적 기대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는 쉼을 사치가 아닌 ‘삶의 필수조건’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잘 쉬는 사람만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여가 강의를 하면서 이야기한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쉼, 그리고 마음과 몸이 모두 쉬는 진정한 휴식이야말로 더 창의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요.

 

오늘부터 저와 함께 쉼을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아주 작은 것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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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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