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생각으로 한 걸음을 옮긴다.
오늘 하루는 초고속 카메라처럼 느린 속도로 흘러간다. 어제 마신 술이 채 빠지지 않은 아침을 맞았고, 화장실만 여러 번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어정쩡하게 떠진 눈을 비비며, 강의안을 만들고, 설문지를 구성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며 보내버렸다. 집중도 안되고, 선명하지도 않았다. 오늘은 생각도 많이 더디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하품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하루가 이상하게도, 나쁘지만은 않은가 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 피곤한 나를 다그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빠르게 반응하고, 즉각 결정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다 보니, 오히려 지금 이 느린 상태가 낯설 만큼 ..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