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초고속 카메라처럼 느린 속도로 흘러간다. 어제 마신 술이 채 빠지지 않은 아침을 맞았고, 화장실만 여러 번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어정쩡하게 떠진 눈을 비비며, 강의안을 만들고, 설문지를 구성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며 보내버렸다. 집중도 안되고, 선명하지도 않았다. 오늘은 생각도 많이 더디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하품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하루가 이상하게도, 나쁘지만은 않은가 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 피곤한 나를 다그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빠르게 반응하고, 즉각 결정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다 보니, 오히려 지금 이 느린 상태가 낯설 만큼 편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 피곤한 하루를 돌아보며 느끼는 것은, "때론 생각이 천천히 흐를 때 비로소 삶의 숨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느리게 생각하라.
우리는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더 그렇다. "빠름 빠름"을 몸에, 입에 달고 산다. 빠르게 판단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고,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빠르게 사는 세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들이 많이 있다. 회의 시간에 상대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끊어 버리기도 한다. 문자 한 줄에 오해가 생겨 마음도 멀어진다. 밥을 먹으면서도 늘 스마트 폰을 곁에 두고 보기도 하고, 일을 끝내기 바빠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를 잊기도 한도, 속도에 익숙해질수록, 감정은 말라가고, 관계는 얕아지고, 삶은 기계처럼 굴러가게 된다.
천천히 생각한다는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 그건 삶을 바라보고, 자신을 다시 보게 되는 책의 여백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잠시 생각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사소한 감정들의 결을 느끼고, 말의 무게를 돌아보고, 행동에 앞서 마음을 살펴야 한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느림이 아니라 삶의 깊이이다.
카카오톡에 답장을 쓰며, "이 말이 꼭 필요할까?"라고 물어보며 멈추어 선 날들이 있다. 예전에는 전송버튼을 누르고도 남을 시간에 주저하고 고민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빠른 선택이 늘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짧은 침묵 덕분에 더 정직하고 부드러운 말로 답장을 보낸다. 느린 생각은 이런 식이다. 시간을 거창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창밖을 멍하니 마라보는 시간, 화면을 끄고 눈을 감고 있는 시간, 무의미하게 생각했던 시간이지만 깊이 있는 생각들이 올라온다. 하고 싶었던 말, 놓쳐버린 감정, 자신의 마음이 불쑥 올라오게 된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은 내면의 속도로 살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정한 리듬에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위해 며칠 전부터 습관적으로 "하루에 어떤 것을 만들었지?"라며 삶을 되짚어 보고 있다. 그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나"를 다시 불러낸다. 무언가를 해내는 속도보다, 살아가는 속도가 중요함을 깨우친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오늘의 피곤함과 느림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속도를 내려놓으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불편한 하루가 오히려 나를 살리고 있어서이다. 빠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즉각적인 반응보다 귀한 것은 기다려 주는 마음이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그 느림 속에서 아주 작게 한 걸음을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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