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반짝이는 결과를 바라본다. 올림픽 금메달, 어려운 시험의 합격 통보, 완벽하게 마무리된 프로젝트.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 결과로 나를 판단한다. 나도 그랬다. 금융 현장에서 29년을 일하는 동안, 성과는 내 능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코칭을 배우고, ‘행복과 성장을 나누는 코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언제 진짜 나를 만나게 되는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때일까? 아니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혼자서 버티며 내 몫의 삶을 살아내는 그때일까? 요즘 나는 그 답이 의외로 ‘성공’이 아니라 ‘넘어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깨우는 신호는, 이상하게도 자주 넘어짐 속에서 들려왔다.

실패의 둔탁한 소리가 멈추는 자리
며칠 전 YouTube에서 올림픽 하프파이프 영상을 보다가 한 장면에 멈춰 섰다. 최가온 선수가 크게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넘어짐은 화면 밖에서도 통증이 전해질 만큼 묵직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결과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수없이 많은 넘어짐이 들어 있다. 그리고 어떤 넘어짐은 실수가 아니라, “여기서 멈춰도 괜찮다”는 유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시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넘어짐이 반복될수록 몸은 아프고 마음은 흔들리는데도, 마지막엔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장면에서 금메달보다 더 크게 남는 것을 보았다. 그건 기록이 아니라, 넘어진 뒤에도 다시 올라서는 결심이었다.
넘어진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난다
넘어짐은 아프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퇴직을 했을 때가 그랬고, 처음 내 이름으로 강의를 열었을 때도 그랬다. 낙담하고, 불안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오르던 날들이 있었다. 누가 등을 떠밀지 않아도, 혼자서 무너질 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목적은 더 선명해졌다.
“진짜 제대로 해보자.”
“조금만 더 버텨보자.”
“오늘은 딱 한 걸음만 더 가보자.”
글쓰기도 비슷했다. 거창한 명작을 남기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가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나도 그런데”라고 말하며 다시 한 발 나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의자에 앉았다. 단 한 줄이라도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느리지만, 그 느림이 쌓이며 나를 완성해 가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결과는 번쩍이는 순간에 나타나지만, 진짜 변화는 그 이전에 이미 시작된다. 바로 넘어진 자리에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변명 대신 솔직함을 선택하고, 포기 대신 작은 결심을 선택하고, 자기비난 대신 다시 한 번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한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되어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데려간다.
오늘의 넘어짐은 한순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한순간을 정직하게 통과한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여운이 생긴다. 나는 그 여운이 결국 나를 깨우는 힘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넘어짐은 끝이 아니라, ‘진짜 나’를 만나는 시작일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솔직함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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