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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의 삶(50대의 하루의 삶)

지혜와 재능의 양날의 검

by Coach Joseph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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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나온다. 영웅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이치도 함께 들어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진수의 『삼국지』가 있다. 인물은 같으나 내용이 많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지금의 세상에도 적용이 되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나라에 조조와 함께 했던 책사들 중에 양수와 사마의의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각자의 성격과 행동 방식으로 당시 정치와 군사적인 상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두 사람은 동시대의 사람들로 삶의 방식과 성격이 크게 달랐다. 사마의는 인내와 참을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 결국 권력까지 쥐게 된다. 하지만 양수는 조조의 의중을 너무 빨리 간파하게 되어 조조의 미움을 사고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중국 역사의 두 인물은 뛰어난 지능과 재능을 가졌으나, 그 재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사마의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오랜 시간 동안 기회를 엿보았다. 아니 권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반면 양수는 자신의 지혜와 재능을 감추지 못하고 매번 드러내는 성격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오늘은 양수의 모습을 보며 조직이나 인간관계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을 해본다.

지혜와 재능의 양날의 검

 

  조조의 의중을 꿰뚫은 양수

  양수는 후한 말 인물로 어릴 적 지식이 넓고 재능이 뛰어났다. 낭중 벼슬을 하던 양수는 승상인 조조의 눈에 띄게 된다. 아는 게 많았고, 언변에 능하고, 재주도 많았다. 생각하는 것도 상당히 민첩하여 남보다 한 발 먼저 처리해 주었다. 양수가 주부로 있을 때의 일이다. 조조가 정원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완성된 것을 보고 조조는 굳은 표정으로 정원 대문에 活(살 활) 자를 쓰고 떠난다. 이를 보고 양수는 '문(門)'에다 '활(活)'을 쓴 것은 '넓을 활(闊)'자로 너무 넓고 휑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원을 아담하게 개조하자 조조가 흡족해했고, 양수가 알려 준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조조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꿈에 사람을 죽이니 잠들면 가까이 오지 마라'라고 한다. 어느 날 조조가 낮잠을 자다 침상에서 떨어지자 시종이 부축을 한다. 그러자 조조는 칼로 그를 베어 버린다. 그리고는 한참 후에 깨어나 누가 죽였는지 묻고는 후하게 장사를 지낸다. 조조가 정말로 꿈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속셈을 양수는 간파했다. 그러고는 '가엾구나! 승상의 꿈이 아니라 그대가 꿈을 꾸고 있던 것이구나'라고 탄식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양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조조가 동탁을 죽이려 했던 것에서 조조 스스로가 방지했던 모양이다. 

 

  한중 원정길에 벽에 비문하나가 걸려있는데 "황견유부 외손제구(黃絹幼婦 外孫虀臼)"라는 것이었다. 이 비문을 보고 조조는 양수에게 아는지 물어보았다. 양수는 안다고 했다. 그러자 조조는 자기가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30리를 가서야 깨달았다. 양수에게 설명하라고 하자 양수는 '절묘 호사(絶妙好辭)'라는 뜻으로 '아주 좋은 문장'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러자 조조가 자신의 생각과 같다며 세간의 "지혜 있는 사람과 지혜 없는 사람의 차이는 삼십 리다"라는 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계륵"에 대한 이야기이다. 삼국지연의는 계륵으로 양수가 죽었다고 하지만 정사와는 다르다. 유비와 한중 전투를 치르면서 몇 개월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그날 저녁 식사에 닭국이 나왔는데 마침 하후돈이 저녁 암호를 어떻게 할지 물어본다. 그러자 조조는 무심결에 "계륵"이라고 한다. 그것을 눈치챈 양수는 철군준비를 하고, 이것을 본 다른 군영에서도 철군 준비를 한다. 그렇게 양수는 삼국지연의에서 군기를 어지럽힌 죄목으로 죽임을 당한다. 

 

  정사와 삼국지연의의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양수는 죽임을 당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사에서는 후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 조식을 후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양수를 죽인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조조의 심중을 너무 잘 헤아리고 잘난 체를 했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관계에서나 조직에서 너무 잘난 체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조직에서 리더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리더가 항상 이야기했던 것이 있다. "너희가 나를 이기려면 규정으로 가지고 와서 이야기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는 어떤 일들이 생기면 규정을 들고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리더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여직원이 아파서 하루 쉬어야 되는 상황이 있었다. 일단 리더에게 이야기했다. 쉬어야 하는데 생리휴가를 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리더는 "너는 정신이 있냐 없냐? 월차가 그것 때문에 있던 것인데 없어진 지 언제인데 아직도 그것을 이야기하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규정집을 펼쳐주며 이렇게 있다고 했지만 더 큰 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양수의 이야기는 인물의 재능과 지혜가 때로는 오히려 그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양수는 조조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대처했지만, 그의 지나친 재능과 자신감이 결국 조조의 의심을 사게 되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를 통해, 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서 너무 잘난 체하거나 리더보다 앞서 나가려는 태도가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험도 이와 유사하다.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이를 리더에게 강조함으로써, 나 역시 리더의 반감을 사고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내가 더 유연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결국, 조직 내에서는 규정의 준수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리더의 입장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수의 이야기는 우리의 재능과 지혜가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며, 이를 통해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함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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