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사실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 삶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요란한 회식도, 깜짝 이벤트도 드물다. 화려한 여행도 거의 없다. 조직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주말에도 강의안을 준비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게 일상의 전부일 때가 많다. 이런 일상은 누군가에게 말해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일까 봐, 괜히 입을 닫게 된다. 화려한 사건이나 눈에 띄는 성취가 없으니까.

 

  그래서 누군가가 묻는다.
  “요즘 뭐 하면서 지내세요?”
  그러면 나는 얼버무린다.
  “그냥... 바쁘게 살고 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 없어.’

 

  그냥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고, 하루를 무사히 넘기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날이 많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내가 너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면 그 평범함 속에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삼킨 눈물, 남몰래 애쓴 순간, 조용히 피어나는 작은 기쁨들이 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 안에는 감정이 조용히 살아 있었다. 그 감정들은 하루하루를 조금씩 채워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부분 특별한 날보다 일상이 반복되는 날을 더 많이 산다. 눈을 뜨고, 출근하고,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연속이 조직에 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이런 날들이 쌓일수록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선 불안과 초조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멈춰 있는 것만 같다. 아마 그건 세상이 끊임없이 비교와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멋진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내 삶은 괜히 작고 흐릿해만 보인다. 하지만 삶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리듬으로 걸어가는 과정이다. 천천히 쌓여온 나만의 걸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건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강의를 하러 먼 길을 떠난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4시간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하루가 내게 정말 의미 있나?"

 

  그저 시간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물고기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그런데 강의를 마친 뒤, 한 참가자가 말했다. "열정을 다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마음 깊은 곳이 찡해온다. '내가 열정을 다했구나' 그 순간, 오늘 하루는 분명히 '나다운 하루'로 남았다. 이렇듯 평범해 보이는 하루 속에도, 감정은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그 감정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그 짧은 틈에도, 감정은 어느새 스며든다.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내 안 어딘가에 머무는 감정들이 있다. 그 감정들이 모여,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왜 내 삶이 평범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마도 SNS에서 누군가의 멋진 일상을 보고 난 후 일 수도 있다. 혹은 혼자 시간을 보내다 마음이 허전해져서일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내 삶이 작아 보이고 마음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평범하다고 느낀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느리고 조용한 걸음일지라도 괜찮다. 매일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로 내 하루를 기록하는 이 순간, 오늘은 분명, 나에게 특별한 날이 된다. 그래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가끔 '나는 참 평범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그런 순간엔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머무르나요?

 

https://bit.ly/HappyGrowth

백근시대

지금은 백근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