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는 법은?

  강의가 있는 날은 아침이 다르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긴장감과 마음은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전하고 싶은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실린다.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장비를 챙기는 손이 더 분주하게 움직인다. 준비는 늘 되어 있지만, 매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오늘은 강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잔잔하다. 어제의 고민도, 아침이 분주함도, 그 공간 안에 함께 하는 데도 말이다. 아침에 만난 분들과 인사를 하고 강의를 진행하며 내 삶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강의는 다른 때보다 특별한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족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노인정에 가서 강사님 홍보 많이 할거야. 좋은 글도 열심히 쓴다고." 말 한마디에 내 온몸에 에너지가 풀 충전이 된다. 머릿속에는 '이 일이 참 의미 있는 일이구나'라는 문장이 흘러간다. 세상에 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해 줄 분이 있을까? 그 어머니가 내 사진도 찍어가신단다. 내 마음은 이미 구름 위에 누워있다. 땀 흘리고 열정을 다한 강의에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이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이 생긴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면 헛되이 보내지 않은 삶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매번 어렵다. 벌써 19년을 사진을 찍지만, 매번 다른 환경으로 다시 미세 조정들을 해야한다. 자세를 곶추세우게 하면서 자연스러운 장면을 빠르게 연출해야 한다. 사진을 찍고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매번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진의 구도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사랑, 관계가 있고, 매번 같은 방향을 봐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방향을 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행복이 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아버님 한분은 젊어서 사진을 지금도 보관하고 계신다. 사진은 가지고 있다면 매번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전주로 오는 길을 갈 때보다 힘들었다. 졸음과의 싸움을 해야 해서이다. 잠시 정선을 지나면서 휴게 공간이 있어 차를 멈췄다. 그리고 등받이를 뒤로 제쳤다. 잠시 쉬려고 했는데 어느새 코를 골고 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고속도로를 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세 번 차를 세우면서 기지개를 피고 졸음을 몰아낸다. 바람은 이미 봄자락의 끝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직 지지 않은 벚꽃을 바라보았다. 아직 강원도는 봄이 덜 진행되었다. 쉬엄쉬엄 쉬는 동안에 하루를 곱씹었다. 아침의 행복한 감정, 지금의 몸이 찌뿌둥한 감정, 공기를 들이키며 가슴으로 밀려들어오는 봄의 감정들을 살폈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내게 친절을 보여주신 어르신의 모습, 사진을 인화하면서 들었던 내 심장소리, 내 안에 피어나는 자부심들을 글로 옮기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감정은 하루 중 아무때나 정리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하루 종일 돌아다닐 때는 그 일에 충실해서 이다. 감정은 생활 중이 아니라 하루가 끝나고 정리가 되는 조용한 환경에서 드러난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곶감을 빼먹듯 꺼내어 다시 살피로 있다.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인지?' 조금씩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누가 나를 기쁘게 하고, 무엇이 나를 따뜻하게 했는지를, 어디에서 힘이 빠졌는지를 살피고 있다.

 

  삶은 매일 이야기가 된다. 단지 그것을 써보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이것을 느끼게 되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강의로 채운 시간도, 사진으로 나눈 시간도, 지친 발로 돌아온 이 밤까지도 모두가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지금 이 시간은 오로지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고, 그렇게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다. 그것은 오롯이 나 자신을 꺼내 보는 시간이 된다. 나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조용한 연습시간이다. "오늘 당신은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움직였나요?" 지금부터 글로 표현해 보자. 그 글이 당신의 삶을 말이되게 만들어 줄 것이다. 

 

https://bit.ly/HappyGrowth

백근시대

지금은 백근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