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날, 글을 쓰며 나를 찾는 이야기

  토요일인데도 하루 종일 강의안 만드는 것에 매진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다시 새롭게 구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생들이 다르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컴컴한 밤중이다.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고, 대학원 강의안들을 보고, AI를 파트너로 활용하면서 슬라이드 디자인까지 만든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뿌듯함도 있지만 함께 공허함도 온다. "오늘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휴일이고, 나들이도 가고 하는데 나는 방 안에 앉아 강의안만 만들고 있다. 열심히 하는 데도 경제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옆에 있는 휴대폰만 내게 뭐라고 한다. 몸은 의자에 자석처럼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데도 마음은 어딘가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하루를 글로 붙잡는 연습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모임 관련일들을 처리했다. 선배들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들을 했으면서도 그들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잠시 짜증이 난다. 조금씩 쌓여가는 봉사단체의 리더의 일이다 보니 책임을 다하고 싶을 뿐인데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그 와중에도 어려움을 딛고, 실행해 준 분들도 있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분들에게 서운함도 밀려온다. 그게 최선일까? 말로만 하는 것이 다일까? 연초 사건이 있으면서 마음먹은 것이 있다. 올여름까지만 봉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책임'이라는 두 단어가 짓누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제일 싫어한다. 이렇게 하고도 비난을 할까? 잠시 머리를 식히는 사이 많은 것들이 오고 간다. 12시가 넘어가고 있는 이 시간에 그저 잠을 청해야 하는가 되묻고 있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자자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열고 짧게 써보기로 하고 쓰고 있다. 그저 한 문장만 써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 자동적으로 마음을 토해내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정신없이 보낸 이 하루에도 문장이 써지고, 글이 되고 있다. 무의미한 하루라고 느껴지는 데도 어긴가에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 줄, 두 줄 적어가다 보니, 하루를 정리하게 되고 있다. 내가 느낀 감정들이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받아야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려가고 있다.

 

  글을 짧게라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글을 씀으로 인해 생각보다 힘이 생긴다. 길고 멋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감동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 때론 나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그렇게 쓴 글들이 과연 내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고, 글을 읽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는데 초점이 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돈되어 가고, 잠자리에 들면서 또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감정을 정리한다. 오늘처럼 하루 종일 강의안만 붙잡고 있던 나를 설명할 단어가 없어도 그 안에 이야기 존재한다. 자신이 감정을 다스리는데 제일 좋은 것이 글쓰기이고, 짧게라도 매일 쓰는 것이 좋다. 강의안을 만드는데 매진한 날이지만 이 날에도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날일수록 더 조용히 자신의 내면에 말을 걸어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하루가 그저 그런 날이라고 넘길 수 있는 날이지만, 나는 내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삶은 그런 날들의 반복이다. 복잡한 날도 있고, 정신없는 날도 있다. 그럴수록 짧게 글을 쓰고 그 안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담으면 된다. 단 세줄만 서보자. 그 세줄은 내일을 맞이하는 나에게 잘살았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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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지금은 백근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