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위한 정리와 준비가 필요한 이유는?

  요즘 은퇴자 변화관리와 재정관리 강의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은퇴를 하고 나면 다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좀 쉬면서 여유롭게 살아야지' 30년, 40년을 가족을 위해, 조직을 위해 묵묵히 달려온 사람들에게 이제는 쉼의 시간이 되었으니, 즐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은퇴는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고, 그동안 등한시 했던 여행이나 취미를 즐기며 천천히 살아가는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은퇴 후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예상 못했던 공백과 외로움, 그리고 현실적인 재정문제가 은퇴자들을 다시 일터로 나아가게 합니다. 심지어 이제는 정년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어서입니다. 은퇴를 하고 75세에 삶을 다하는 비율이 2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76세 이상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짧게는 15년이지만, 많게는 30년 ~ 40년은 됩니다. 쉼은 잠깐 일 뿐입니다. 결국 다시 무언가를 찾고 싶고,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퇴직을 하고 나니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이 되어 있고, 쉽사리 선택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을 변화되고, 빠르게 흐르는 트렌드를 보며 한숨만 나오기도 합니다. 기대만큼 열려 있지 않은 기회의 문 앞에서 많은 은퇴자들이 막막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경험 하나로 어디서든 환영을 받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야만 새로운 출발선에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요즘 은퇴 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슈가 변화관리와 재정관리입니다. 과거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애주기로 나아가는 관문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관문을 열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다시 품어야 하는지, 나 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차분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지금의 은퇴는 퇴장이 아니라 두 번째 막을 위한 준비의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상 닥쳐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시기를 저는 '정리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동안 품고 살았던 수많은 역할과 책임을 내려놓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물어보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0대 중반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재미있게 살고자 방향을 바꾼 사람이 바고 저입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또 신중년 훈련교사에 신청하신 딱 만으로 70세인 형님도 있었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삶을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 다시 시작한다고 하시면서 70세도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평균수명 120세 시대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70세에서 보면 아직도 50년이나 더 살아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은퇴는 정체가 아니라 재구성이고, 멈춤이 아니라 재설정입니다. 지금 은퇴가 임박해 있다면 쉬는 시간을 생각하지 마시고 삶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지금이 선택이 두 번째 인생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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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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