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지내는 삶이 과연 잘 살고 있는 삶일까?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을 받으면 "하는 일 없이 바쁘게 살아. 뭐하는지 정신이 없어."라는 답변을 많이 한다. 직장, 인간관계, 다양한 개인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고 무언가를 하면서 산다. 바쁘다는 말에 "일이 없어 노는 것보다는 낫지."라며 위안의 말을 건네지만 과연 그게 위로가 되는 말일까? 실속 없이 바쁘게만 지내는 것은 아닌가? 실속 없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나이를 먹으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반드시 해야만 해.'라는 것들이 늘어만 간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지 못했던 것들도 새롭게 나의 버킷리스트레 이름을 올린다. 분주히 지내는 하루가 흘러가면서 바쁘게 살면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나도 조직에 있으면서 하루 종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때 가장 뿌듯함이 올라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과연 그것이 건설적인 것이었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여유를 가지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함께 밀려온다. 중요한 것은 바쁘게 산다고 해서 꼭 생산적이거나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쁨이 성공의 지표가 아니다.
조직을 보면 야근을 하고 바삐 움직이며 사는 사람이 유능함의 상징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관련 연구에서 바쁨과 과로가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지위 상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바쁨이 때로는 자존감, 불안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심리 전문가들은 과도한 바쁨이 자기 내면을 직면하는 것을 회피함으로써 불안, 자존감저하, 공허감을 감추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필요 이상으로 일정을 채우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처럼 생각하지만, 바쁨과 생산성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열심히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이나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바삐 움직이는 가이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지나온 세월을 떠올려 보니 정말 바쁘게 보냈다. 출근해서 야근에 휴일 반납까지 매년 12월 ~ 2월이면 그렇게 보냈다. 중간에 기획해야 할 일이 있으면 또 그렇게 보냈다. 조직에서 필요한 것들을 완수해 내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도 많이 공부한 시기이다.
때로는 인간 네이버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물어오면 답변을 해 주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냈지만 정작 퇴직을 하고 나니 내게 남은 것이 없다. 다양하게 적당히는 하지만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이 별로 없어서이다. 조직에 있으면서 그저 평범했던 직원들보다 좀 더 알았을 뿐이다. 나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임해왔던 것이 패착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없었던 것이다. 효율적인 삶을 위한 선택이 중요하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바쁜 것을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자기 계발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강조하는 것이 모든 일이 중요한데 그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한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줄을 그어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초짜의 말이다. 전문가라면 목록화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야 하는 중요한 한 가지를 하라는 것이다. 오늘도 아직 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떠오르는 것은 그래도 글쓰기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것을 기반으로 다른 한 가지와 연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의미 있는 해야 할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 떠올려보고 적어보기 바란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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