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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첫 자유여행 후기 둘 째날, 조금 더 과감해졌다.

by Coach Joseph 2026.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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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다낭 여행이 내게 “이륙”처럼 느껴졌던 이유가 있다. 새로운 장소라서가 아니라, 내가 평소의 나를 조금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나도 그 질문을 자주 놓치고 살았다. 블로그를 꾸준히 써오면서 더 그랬다. 매일의 기록은 분명 나를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부터는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도 따라왔다. 그래서 이번에 다녀온 여행은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 그리고 보상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나에게 허락하는 시간이라는 걸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 “괜찮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6박을 머무는 숙소는 ‘시비텔 비치 다낭’. 3성급이지만 가성비가 좋아서 선택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예상 밖의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2 베드에 3명도 쉬어도 될 만큼 넉넉한 방이었다. 매일 물을 3병씩을 주는 것을 보고 3인실임을 알았다. 혼자 여행 와서 방이 넓다는 게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넓음이 외로움이 아니라 여유로 느껴졌다. “아, 이번 여행은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는데, 초여름처럼 느껴지는 하늘이 참 예뻤다. 딱 그 순간만큼은 일정도, 계획도, 할 일도 필요 없었다. 그냥 하늘 한 번 보고 “좋다”라고 말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여행은 이런 걸 주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느린 속도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미케비치 해변가의 '시비텔 비치 호텔 다낭'

 

  말이 안 통해도, 하루는 결국 굴러간다

  여행은 늘 현실로 시작한다. 베트남 현금이 하나도 없어 환전소를 찾아가는 길부터 ‘나 지금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불안이 슬쩍 올라왔다. 게다가 어제부터 이가 아파서 약국도 들러야 했다. 안 되는 영어, 손짓, 표정. 그리고 번역 앱까지 동원해서 약을 샀다. 매끄럽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결은 됐다.

Pharmacity NHA THUOC 약국

 
 그런 후 건너편 식당에 앉아 베트남 쌀국수를 처음 먹었다. 하노이에서 고수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낭의 쌀국수는 달랐다. 국물도 깔끔했고, 두툼한 소고기가 든든했다.(고수는 빼 주세요...라고 했음) 가격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2,000원 정도. “이렇게 착할 수가…”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침 식사 쌀국수 '보'로 시키면 소고기

 
  식사 후엔 로컬 커피 한 잔을 했다. 길거리 의자에 앉아 마시는 커피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커피 값은 1,750원 정도이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관광객’이라기보다, 그냥 잠깐 이 동네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로컬에서 커피 한잔의 쉼

 
  다음으로 다낭 핑크성당에 들렀다. 성지순례 준비 겸 미사 시간도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늦게 갔나 보다. 들어간 지 30분도 안 돼서 나와야 했다. 11시 30분이면 정리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또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이런 날이지.” 미사시간을 안 것만으로 만족했다. 3층 한인성당에서 주일 10시에 미사가 있었다.

다낭 핑크성당

 
  길 건너 한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흥정 소리, 붙잡는 손, 붙잡히는 발. 처음엔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마음을 풀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어떤 가게의 아가씨가 내 목의 십자가를 보고 자기 목에 걸린 십자가를 보여줬다. 말은 안 통했지만, “나도”라는 제스처 하나로 충분했다. 그래서 그 가게에서 티셔츠를 하나 샀다. 7,000원 정도였는데, 싸게 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가씨의 표정이 너무 확신에 차서 웃겼다. 그런 장면이 여행을 기억에 남게 만든다. “어디서 뭘 샀다”가 아니라, 어떤 마음이 움직였는지가 남는다. 그 뒤엔 코코넛 스무디와 식사(3,800원)를 했는데 스무디가 맛있다고 자리를 안내하면서 식사까지 하라고 한다. 시장의 쾌쾌한 냄새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도 좀 과감해졌구나.” 다낭은 내게 그걸 연습시키고 있었나 보다.

한시장에서

  오후의 무료함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강변으로 자리를 옮겨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잠깐 심심함과 무료함이 올라왔다. 그때 ‘여행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나에게 여유가 생기면, 나는 또 움직이고 싶어 한다.

한강 뷰

  그래서 링엄사(한국 사람들은 영흥사로 알고 있다.)로 갔다. 오토바이 그랩을 타고 11.5km. 바닷바람이 시원했고, 미케비치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은 꽤 선명하게 남았다. 혼자라서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에 가까웠다. 도착한 링엄사는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데 한국인들도 많다. 돌아오는 길엔 또 다른 현실과 만났다. 자신의 그랩을 타라고 자꾸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을 뒤로하고 오토바이 그랩을 불렀는데, 그랩이 내 위치까지 못 온다는 메시지에 나는 600m를 빠르게 걸어 내려와 겨우 탑승했다. 여행은 이런 식으로 “편안함과 불편함을 번갈아 준다”

링엄사에서

 
  선짜 야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열기 전이었다. 더워서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60이 넘어 보이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이런 곳에 들어오는 게 신기한지 자꾸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이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지금 로컬 쪽으로 한 발 들어왔구나’ 싶었다. 계산대로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유모차에 누워 있는 아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이 참 예뻐 보였다. 여행에서 이런 순간이 있다. 아무 일도 아닌데, 마음이 살짝 말랑해지는 순간이 이런 순간이다. 잠시 한강변을 바라보다 석양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발마사지를 받는데 솔직히 너무 세게 눌러서 돌아오는 날까지 아팠다. 그런데도 “30분에 7,500원”이라는 가격은 착하다. 여행은 종종 이런 모순으로 굴러간다. 아픈데, 싸고, 싸서 또 한다. 

한강에 떨어지는 석양

 
  야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결국 붙잡혔다. 새우와 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모닝글로리는 서비스로 준다. 가재를 먹고 싶었는데 내가 졌다. 그리고 음료를 사러 갔다가 잠깐 마음이 상했다. 유튜버가 하는 가게여서 반가웠다. “나도 구독자예요”라고 맥주를 달라고 하니 가격은 시중가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그럴 필요 있을까? 많은 가게를 가지고 있는 유튜버인데? 적정가격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감고 돈다. 많은 유튜버들이 할인을 해준다고 하지만 정작 가격을 보면 로컬보다 많이 비싸다. 높은 가격을 붙이고, 할인이라는 말을 얹고, 결국은 로컬보다 비싸게 소비하게 되는 구조를 마주하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순간적으로 씁쓸했다.

선자 야시장에서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밖으로 나오니 해변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가보니 사람들이 한국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강남스타일도 들리고, 익숙한 멜로디에 낯선 사람들이 동시에 반응하는 풍경이 다채롭다. 맥주 한 병만 마시고 싶었지만 해변 쪽은 통제되어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버드와이저 같은데 버드와이저 아닌’ 맥주를 두 병 마셨다. 버드와이저의 그 독특한 홉의 진함이 부족하다. 그 싱거움이 오히려 웃기게 하루의 끝을 정리해 줬다.
 
둘째 날 하루는 완벽하지 않았다. 쫓겨나기도 했고, 붙잡히기도 했고,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발은 아프고, 맥주는 싱거웠다. 그런데도 분명한 게 하나 있다. 낯선 곳에서 하루를 내 방식으로 굴렸다는 것이다. 조금 서툴러도, 조금 손해를 봐도, 결국 해결하고, 결국 웃고, 결국 돌아온 날이었다. 이런 것들이 나를 다시 믿게 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좀 더 가벼워져 가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그렇게 둘째 날은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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