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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미케비치에서 만난 ‘필연 같은 사람’

by Coach Joseph 2026.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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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은 원래 늦잠을 자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가 제주도 피정을 간다고 해서, 공항에는 잘 도착했는지, 비행기는 잘 탔는지 쓸데없는 걱정으로 결국 나는 일찍 눈을 떴다. 공항에 도착했을 시간이라 페이스톡을 걸었더니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됐단다. 잠깐 통화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가그 뒤로는 어정쩡하게 깨어버렸다. 9시가 넘어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마음먹었다. 다낭에서의 하루를관광이 아니라회복으로 쓰기로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회복을 결심한 날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이 일어나는 날이 되곤 한다. 이 날이 딱 그랬다.

like-fate people

 

  아침을 먹기 전에 환전소를 먼저 들렀다. 손님이 둘이 있었는데, 먼저 온 사람이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뒤에 안경 쓴 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무심한 척 현금을 꺼내 들었다. “환전하고 싶습니다라는 가장 직관적인 몸짓을 했다. 그때 점원이 기다리는 앞사람에게 환전표를 내밀었다. 환율이 적힌 종이였다. 전날 호이안에서 환전을 하며 유심이 보았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차례를 기다리던 앞사람이 잠깐 고민을 하는 모습에 이상하게도 입이 먼저 열렸다. 환전율 얘기로 시작해 몇 마디가 오갔고, 그분이 말한다. “시간 되면 커피 한잔 하실래요?” 나는 흔쾌히좋죠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여행에서 가장 신기한 일은 이거다. 평소라면 낯선 사람에게 쉽게 건네지 않을 말들을, 낯선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건네게 된다.

여유로움을 간직한 아침

   ‘코드가 맞는 사람’은 바로 알아본다

  그분은 이미 마셔둔 커피가 있었나 보다.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저는 커피를 마셨어요라고 말하며 건너편 노상 의자를 가리킨다. “괜찮으세요?” 그렇게 다낭의 오전은, 내 계획과 상관없이대화로 시작됐다. 처음엔 가벼웠다. “언제 오셨어요?” “혼자 오셨어요?” “왜 혼자 오셨어요?” 그런데 대화가 어느 순간 확 넓어졌다. 생성형 AI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삶의 습관과 일하는 방식, 호기심의 방향까지 자연스럽게 얽혔다.

 

  그는 말한다. “저는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해보는 스타일입니다.” 그 말이 유난히 익숙하게 들린다. 나도 그런 사람 이어서이다. 그러다 서로 나이를 물었는데, 헐 ~~ 동갑이다. 그 순간, 내 안에서이건 우연이 아닌데?”라는 감각이 올라왔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아침에 환전소에서 만나,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2시간을 대화한다. 그게 여러분들은 쉬운 일인가요? 무엇보다, 말이 이어지는 속도와 리듬이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진다. 대화 끝에 그가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나는 또 흔쾌히좋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아침을 먹으러 나왔는데, 아침을 아직 못 먹었다는 걸을 말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데?

  힐링을 선택한 날

  그와 헤어진 뒤, 나는 숙소 뒤편을 걷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관광지 같은데, 골목 뒤로 들어가면 갑자기 시골 깡촌처럼 변하는 풍경이 있다. 그 낯섦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진짜 다낭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무한 검색해서 식당에 들어갔지만솔직히 영 아니었다. 그리고는 미케비치 해변을 걸으며 풍경을 두 눈에 담으면서, 그가 알려준 라운지 커피숍으로 옮겼다. 맞은편으로 미케비치가 보이고, 소파가 푹신해서여기선 잠들어도 되겠다싶을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는데, 순간 내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렸다.

점심을 먹고 미케비치 해변을 산책~~ 춤추는 사람들~~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조용해지나 싶으면 또 한국어, 또 한국어가 들여와 이상했다. 여행지에 와 있는데도, 여행지가 갑자기익숙함으로 덮이는 느낌이랄까. 그 익숙함은 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낯설기도 했다. 이곳에서 내일 가야 할 'HUE(후에)' 일정을 정리하며, 'Vexere'라는 앱을 통해 셔틀버스를 예약했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숙소로 돌아가다, 여행 중, 과일을 거의 안 먹었는데, 망고주스가 눈에 들어온다. 과일을 먹고 싶었나 보다. '힐링'을 하기로 한 날이라서인지, 몸이 먼저 원하고 있었다.

건너편으로 비케비치 해변이 보이는 라운지 2층 ~~ 패키지 한국인 관광객들이 30분 ~ 1시간 단위로 바뀐다.

 

  숙소에 도착해 충전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에고 벌써 저녁 약속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하고, 미케비치 해변을 걸었다. 밤바다 앞에서 대화는 더 깊어졌다.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깊게 이야기하게 되는 날이 정말 있다. 이 날이 그날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아프셨던 시기, 작고하신 시가마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작고하신 시가가 날로 따지만 며칠이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고, 신기함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외할머니 밥상으로 이동 ~~ 그랩 오토바이 타는게 이제 자연스럽다.

 

  순간 잠시 말을 멈추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내 안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느낌이 몸을 휘감는다. 또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이야기임에도 나의 기억 건너편에 있는 것들을 건드리고 있다. 내 삶의 장면들과 닮아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인가 보다. 여행은 종종 멀리 와서 과거를 만나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과거를 누군가와 “같이만난 날이었다. 우리는 19일에 다시 보기로 약속을 한다. 이 만남이 이 날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이상하게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한다.

  다낭의 힐링은 ‘쉼’이 아니라 ‘연결’로 왔다

  이 날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려던 날이었는데, 나에게대신연결을 주었다. 환전소에서 시작된 2시간의 대화, 저녁 식사와 밤바다 산책,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는 삶의 조각들을 마주하면서 연결이 되었다. 이 만남을 두고 내가우연이라고 말하기엔, 겹치는 지점이 너무 많았고,필연이라고 단정하기도 조심스럽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이상하게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힐링은 때때로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으로 오기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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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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