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일들이 지나가기도 하고 , 반대로 아무런 변화 없이 흘러가 버리는 날도 있다. 신기한 건 둘 다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이 몰아친 날은 몰아친 대로 저녁에 에너지가 꺼지고, 별일 없던 날도 이유 없이 축 늘어지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들이 든다. 하루의 에너지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소소한 순간들이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그것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대화가 연달아 문을 열어 준 날이다.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미래를 위한 길을 상상해 보고, 뜻밖의 전화로 확장이 되고, 작은 선물까지 돌아온 하루가 지나고 있다. 잔잔하지만 분명 따뜻한 파동이 있었다.

준비는 조용히 쌓이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아침에는 다음 주에 있는 강의안을 재구성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들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늘 그렇듯 익숙한 창들이 떠 있다. 시작하려는 마음이 생기면, 그 창들도 함께 열리곤 한다. 내 일을 돕고 있는 작은 동료들이다. 강의안을 손보면서 내가 붙잡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더 선명해진다.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다가가고, 강의를 듣는 이들이 힘든 시간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게 하는 마음이다. 그걸 생각하는 과정에서 문득 깨닫는다. 이 마음은 학생들을 향하고 있으면서, 내 삶을 향해 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보낼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문장 사이사이에 그대로 앉아 있다.
잠깐 숨을 고른 뒤에는 며칠 전부터 이어오던 유튜브 전략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동안 써온 블로그를 기반으로 내 이야기를 풀어보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나는 “잘 되는 방법”만 묻기보다, 오히려 “왜 막히는지, 왜 어려운지”를 더 붙잡고 대화한다. 그러다 떠오르는 채널이 있으면, 그 톤과 방향을 다시 대입해 보며 묻는다.
그 과정에서 내가 확인받고 싶었던 건 사실 단순했다.
“나는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은 의외로 조용한 확신으로 움직이고 있다. 빠르게는 아닐지라도, 내가 살아온 기록이 쌓여 있는 만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내게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과 성장을 나누는 코치’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달콤한 말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확인한다. 확인은 의심이 아니라, 방향을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일지도 모른다.
뜻밖의 전화 한 통, 생각을 확장하다.
저녁 무렵 한 통의 전화가 하루의 결을 바꾸어 놓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생각이 정리되면서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 결정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 모습도 그대로 비친다.
"다시 준비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내 마음이 내게 건네는 말 같았다. 알고 있음면서도 못하는 일들이 있다. 준비할 것들이 태산이라는 핑계가 앞서있을 때가 있다. 그래도 전화는 나를 현실로 끌어당기고 있다.
우리는 생성형 도구들의 활용, 여러 기능들, 그리고 나노바나나로 사진을 증명사진처럼 바꾸거나 분위기를 변형하는 방법들까지 이야기했다. 노인을 젊게 보이게 하거나, 옷차림을 바꾸거나, 헤어스타일과 염색을 시도하는 것들이었다. 기초적이지만 충분히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감탄사와 한숨이 함께 흘러나왔다. 좋지만, 잘못 사용되면 걱정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고, 그래서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좋은 방향으로 쓰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시니어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연습해 봤다며 보내온 사진을 보고 짧은 멘트를 덧붙였더니, 돌아온 반응은 짧았지만 선명했다.
“아하…”
그 한 마디 안에 ‘이해했다’는 기쁨과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전화를 하며 누군가를 돕고 있었지만, 사실은 동시에 내가 나를 점검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묻고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 알고 있지?”
“나는 무엇을 설명할 때 더 살아나지?”
질문이 답을 끌어오진 않아도, 마음의 자리를 정리해 준다. 오늘은 그 정리가 참 고맙게 다가오고 있다.
대화를 마친 뒤, 며칠 전 일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커피 쿠폰이 도착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왜 이런 걸 보내셨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그런데 돌아온 말이 좋았다. “형님, 애쓰셨다면서요. 고맙고 감사해서요.” 이런 작은 마음이 사람을 살린다. 말 한마디, 작은 선물, 짧은 인정이 그렇게 정을 만들어 가고,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진다.
하루를 돌아보니, 처리한 일의 목록보다 마음에 남는 건 따로 있었다. 오늘은 연결된 하루였다. 준비가 대화를 만들고, 대화가 또 다른 일을 부르고, 그 일이 다시 감사로 돌아오는 흐름. 그 흐름이 오늘의 나를 잔잔하게 데워 주었다. 그래서 내일을 조금 기대해 본다. 어떤 대화가, 어떤 상황이, 어떤 길을 열어줄까. 그리고 그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나답게 걸어가고 싶다.
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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