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늦은 밤까지 책상을 지키고 있을까? 2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조직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보냈던 수많은 밤은 나를 위한 시간보다는 타인의 목적과 집단의 성과를 위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에너지를 쏟으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힘들게 하기도 했다. 정작 자신의 성장은 뒤로 밀려나는 듯한 허탈함 마저 들었었다. 그 성장을 뒤로 밀려나게 한 것이 안락의자였다. "정년까지 보내면 되지.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들고 뒤로 미루기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파고 있는 이 우물을 완전 결이 다르다. 다급함에 등 떠밀려 시작한 일이어도, 지금 내가 흘리고 있는 땀방울은 오롯이 나의 영토 확장을 위해 흘리는 것이고, 깊은 뿌리를 내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보상이 희미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야근을 하고, 월화수목금금금의 시간을 보내어도 보상이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일들이 내게 하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한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고, 나는 일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조직의 성실함이 남긴 유산
금융기관에서 보낸 29년이라는 세월을 한 단어로 정리를 하면 '성실'이었다. 조직의 일이라면 최선을 다했다. 조직에 충성했던 그 시절, 늦은 밤까지 아니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일을 마무리 지었던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남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나치는 일들도 내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비롯한 관련 서적들을 참고하려고 몸이 먼저 움직였다. 솔직히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보상은 늘 없지?"
"같은 월급을 받는데 누구는 정상 퇴근하고, 나는 야근을 해야지? 그렇다고 승진을 빨리 해주지도 않는데....."
그러면서 '아는 것이 병이고, 알려고 하는 것이 병'처럼 느껴졌던 순간들도 있었다. 일이 보이니 더 책임이 생기고, 더 손이 가기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그 시간이 꼭 나를 힘들게 한 시간만은 아니었나 보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찾아내고, 끝까지 만들어 내었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함께 있었던 거이다. 그 치열한 시간이 문제해결능력과 실무적인 내공을 나에게 주었다. 조직에서는 즉각적인 보상들을 받지는 못했지만, 몸에 흡수된 다양한 데이터와 노하우는 이제 내가 홀로 서는 데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과거의 흘린 땀이, 지금 내가 파고자 하는 우물의 수맥을 찾아주고 있는 셈이다.
나를 위해 일하는 기쁨
현재의 나의 일상은 조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고되다. 늦은 밤까지 강의안을 다듬고, 코칭을 준비하고, 글을 쓴다. 몸은 지치고 허리는 묵직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런데 마음의 온도만큼은 다름을 느낀다. 이제는 일을 하면 할수록 결과가 선명하게 남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나의 경력이 되고 자산이 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여전히 우물만 파는 사람 같지만, 내 안에서 '다급하게 버티는 중'이 아니라, 나만의 왕국을 세우는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몰입을 '투자'라고 부르고 있다. 보상 없이 일하며 느꼈던 허탈감은 줄어들고, 내가 개척한 만큼 얻는 자유와 성취감이 커지고 있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면서 더 멋진 코치로, 더 영향력 있는 강사로 거듭날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쓰고, 내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면서 살고 싶다. 그것이 세월을 건너온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우물을 파고, 나를 살리는 수맥을 찾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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