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 마을, 공동체의 중심부에는 도시의 곳곳을 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을 찾으면 없기도 하고 찾지 않을 때는 눈에 잘 들어온다. 이는 우리의 삶의 리듬에 따라서 잘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버스 정류장이 정말 좋은 것이 한겨울에는 따뜻하게 자리를 데워 주는 곳도 있다. 만남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도착한다는 소리에 저 멀리 달려오는 버스를 바라보며 만나는 사람들을 또는 움직이는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출발, 그리고 어김없이 도착하게 하는 일상적인 모습들을 바라보며 무수한 차원의 이야기들이 그 안에 산재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버스정류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모여든다. 어두 컴컴한 새벽에서 부터 별들이 재잘 대는 늦은 시간까지 이곳에 모인다. 지팡이를 든 노인, 가방을 메고 동동 거리는 학생, 휴대폰에 정신 팔려 웃고 있는 사람 등 모두가 어디론가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정류장에 있으면서 우리는 기다림이라고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버스가 제시각에 딱 맞추어 오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늦어지는 것에 대한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 마치 모든 계획을 세워놓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는 버스를 꼭 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기다리는 것이다. 삶이 그런 것이 기다림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버스 정류장은 삶의 여정과 기다림을 보여주면서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삶속에서 종종 기회를 기다리고, 치유되기를 기다리며, 변화를 위해 인생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조용히 한자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이 있든지 없든지 버스정류장에 들어오는 버스를 맞이한다. 들어오는 버스는 우리가 기다리던 시각에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도착을 하고 버스 종점에서 끝이 나는 것을 알게 한다. 우리가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지 않더라도,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버스는 항상 도착을 하고 삶은 지속된다.
버스 정류장은 바쁜 생활속에서도 조용하게 관찰하게 한다. 피곤에 지쳐 하품하는 사람, 참을성 없이 양다리를 덜덜 떨어대는 사람, 때론 폭우를 피해 버스 정류장 처마 밑으로 달려드는 사람, 무슨 이야기가 저리도 재미있는지 떠들어 대며 깔깔깔 웃어대는 사람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작은 정류소 공간에서 일어난다. 또한 조용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 잠시 바라본 버스정류장에 조용히 앉아 고독을 씹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그는 자기가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하지 않은 것인지 계속 기다리고 있다. 축 늘어진 어깨로 오늘의 삶이 힘들었을 것을 예상하게 하는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그리고 잠시 다시 일어나 어디론가 발기을 옮긴다. 그 모습에 잠시 그 정류소에서 안식을 취한 것을 알게 하면 쉼의 장소이기도 함을 알게 한다. 우리의 쉼의 장소는 어디일까? 정류장의 역할을 하는 곳은 어디인지?를 생각해 본다.
버스 정류장은 우연한 만남을 하게도 한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지, 아는 언니, 형님, 동생을 만나는 일들이 있다. 요즘은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르는 것이 버스를 그렇게 많이 타고 다니지 않아서 이다. 하지만 가끔 버스를 타려고 했던 적이 있었기에 떠올려 본다. 또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종류에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를 험담하며 서로 맞장구 치기도 하고, 재미있고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누며 웃어대는 남녀,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흘렸는지 닦으면서 짜증 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 안에 혼재하고 있다. 일시적인 모임의 장소에 단체손님이 들어설 때처럼 시끄럽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왁자지껄 떠들어 대면 듣고 있어야 하기도 한다.
버스 정류장은 출발과 도착으로 이루어 진다. 가만히 보면 자신의 삶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처럼 버스는 도착하고 동시에 출발하는 곳이다. 버스를 떠나보내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먼발치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우사인 볼트가 강림한 것처럼 달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놓쳐버린 버스를 아쉬워하며 가뿐 숨을 몰아쉰다. 토요일 대학원을 다니면서 저녁에 조금 일찍 도착하는 날에는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의 표지에 붙어 있는 목적지들을 잘못 보고 버스에 올라탔다. 한 번도 잘못 탄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그 버스를 타게 되고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꺾어져 가버리는 버스에 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서 집에까지 걸어가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까지 가면서 왜그랬을까?라며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갈 무렵 반가운 형님들과 친구, 동생들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가는 길인 모양이다. 덥석 뒤에서 안았는데 커피를 모두 쏟아 버렸다. 반가움에 안긴 것이다는 얘기에 웃고 넘기면서 그들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날 버스를 잘못타지 않았다면 그런 만남은 없었을 것이다. 잘못 탄 버스로 또 다른 인연의 시간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겸손한 버스 정류장은 단순함에서 삶의 덧없는 자연을 신랄하게 상기시켜준다. 버스는, 순간처럼, 왔다가 간다. 우리는 모두 임시 승객이며,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여정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매 순간과 모든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미묘하게 상기시켜 준다. 왜냐하면, 버스를 타는 것처럼, 그들은 1분 동안 여기에 있고 다음번에는 가버렸기 때문이다. 조용한 존재 속에서, 버스 정류장은 삶의 축소판 역할을 한다. 그곳은 길이 교차하는 곳,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 작별 인사와 인사를 하는 곳이다. 그것은 기쁨, 슬픔, 조급함, 안도감, 시작과 끝을 본다. 매일, 그것은 조용히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 여행에 대한 증거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덧없지만 깊은 인간의 경험을 축하하는 삶의 여정의 상징으로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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