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꼭대기를 향해 서로를 짓밟으면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들을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특히 조직에서는 이런 문화가 더욱 심하기도 하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더 앞서야 한다고, 남보다 더 가져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그런 무한 경쟁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다. 타인을 이겨야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세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외롭게 하고 있다. 정말 그 꼭대기에는 그토록 갈망하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릴 적 생활 성가로 들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것을 오늘 강의 중 교육생 한 분이 책으로 읽으셨다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애벌레 기둥의 진실
강의 중 꺼내신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삶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가며 거대한 기둥을 만든다. 위로 올라가면 무언가 대단한 것들이 있을 것처럼 생각해서 인가보다. 하지만 정작 위에는 허무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토록 애를 쓰며 올라온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왜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달려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것은 자아를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성공이 있지만 평안은 없고, 높은 자리로 오르지만 관계를 잃기도 한다. 남보다 앞섰지만 정작 중요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놓쳐버린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이야기는 한 애벌레가 기둥 밖으로 나와 남들이 위를 향해 달려갈 때 오히려 멈추고 내려온다. 어쩌면 그 모습은 패배한 것처럼, 포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변화를 몰라서 하는 것들이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익숙한 모습들을 버려야 한다. 바로 애벌레의 모습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나비로 변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조직을 떠난 것에 대해 패배한 것처럼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의 익숙한 습관들을 버리고 고치가 되어 나비로 날아가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꼭대기에 오르는 수단정도로 생각하게 되면 우리의 삶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애벌레가 어두운 고치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 것처럼 나는 그런 선택을 하고 삶의 전환점을 살아가고 있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의 낡은 껍질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성숙은 남보다 앞서가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와 에고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부수는 용기에서 나온다.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정신없이 사는 모습을 보며 나의 앞서고 싶은 마음을 보게 된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시간임을 다시 깨닫고 있다. 지금 나에게 성숙은 남보다 앞서는 능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기 안에 가득한 두려움과 허영, 과시와 경쟁심을 마주하고 그것을 해제하려는 용기에서 시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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