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저녁에야 다녀왔다. 사순 제1주일 미사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신부님이 하신다. 글만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아마도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삶이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다. 시작도 끝도 흙이다. 덧없이 살아가는 인생을 말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흙은 어떤 것인가? 바로 생명이다.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흙속에는 생명의 씨앗을 품을 수 있다. 이 씨앗이 자라고 멋진 나무로 성장하고 삶에 그늘과 쉼터를 제공한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해야 하는 데 몸이 힘들다. 요즘 좀 무리했나 보다. 온몸이 방망이로 맞은 듯 아픔이 있다.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도 못할 정도로 힘들다.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노트북 앞에 앉아 겨우 글을 몇 자 적어가고 있다.
흙은 부활을 준비하며 성장의 비료를 받고 있다.
흙속에 스며드는 세상의 빛과 바람, 물이 안에든 씨앗을 생명으로 바꾸어 준다. 계속해서 무언가 스며드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바로 생명의 씨앗으로 자라 세상에 나아가려는 준비를 하는 중이다.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을 마주하며 우리는 쓸쓸해 한다. 낙엽이 자신을 희생하며 흙과 어우러지며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이 씨앗이 되어 자라기 시작한다. 어떤 씨앗을 심었는지는 자라 봐야 아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티어 낸다. 땅은 얼어붙고 생명이 자라지 못할 만큼의 시간을 우리는 보낸다. 서서히 땅은 준비를 한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이하려고 흙의 기운으로 준비하고 있다. 잠자고 있던 곰이 사냥을 위해 깨어나는 것처럼 서서히 씨앗은 땅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우리 삶도 그렇다. 퇴직을 하고 다 떨어져 버린 낙엽 위에 겨울을 맞았다. 그곳에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 힘겹게 붙잡고 있으면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흙이라고 하는 것이 꼭 죽음만을 말하지 않는 이유이다. 새로운 삶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본다. 세상에 나아갈 부활을 꿈꾸면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 다 자라 버린 나무들이 낙엽과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감싸주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삶을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이 엄청나다.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어렵다고 누군가를 부여잡고 눈물도 흘려 보았다. 뿌린 땀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이런 아우성과 눈물과 뿌려야 할 땀들이 한가득이다. 눈물겹게 가슴이 아프고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이 떠나지 않는다. 절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묵묵히 해 나갈 뿐이다.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을 미래를 떠올리며 말이다. 우리가 흙이 되어 돌아갈 때, 세상은 비옥한 농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경험과 노력들에 성장의 비료를 주고 있다. 새로운 삶의 여정을 위한 비료이다. 영향분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한다. 여름철 웃자라지 않고 가을날 결실을 맺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삶이 완성된다.
촉박한 마음, 두려움 마음, 불안한 마음들이 삶의 완성을 돕지 않는다. 그런 마음들은 삶이 완성되어 가면서 불쏘시게로 들어가 버린다. 완성되지 못하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인간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흙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삶의 완성도 다가온다. 우리는 삶속에서 자유를 버리고 산다. 수많은 것들에 얽매여서 자유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를 속박이라는 굴레에 가두어 버린다. 덧없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도 있다. 자유롭게 사는 것,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람이 후회 없이 살 수는 없다. 무수히 많은 후회와 번민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삶은 완성되지 않고 다시금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살아간다. 지난 30여 년의 직장생활이 그랬다. 오늘 벗어난 듯하다가도 내일 다시 속박이 된다. 알면서도 어렵다. 그 굴레를 벗어나는 용기가 지금은 필요함이다. 다시금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 당장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지만 잠시 몸을 정리하고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에게 긍정언어들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부정언어들은 방패로 막아내야 한다. 이게 감정을 이기는 방법이 된다. 순간은 소중하다. 현재 순간을 소중히 하고 후회와 번민에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는 길은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정도가 없다. 세상 사람 누구나 언젠가 흙으로 간다. 삶의 종착역이든 자신이 살아온 삶의 종착역이든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삶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다. 흙은 어떤 것인가? 모든 것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인간 생명을 비롯한, 나무들,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과 말이다. 서로가 공동체로써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올 한 해 내 비전이 "우분투 세상 만들기"이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다른 이들도 성장해 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이타적인 마음을 누가 알아주려나? 마음 한편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삶에서 귀한 교훈이 된다.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말이다. 4계절을 겪는 우리들은 순환되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안다. 당장은 꽁꽁 얼어버린 물처럼 움직임 조차 볼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봄 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이 용기와 희망을 준다.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게 된다. "흙"이라고 하는 것은 삶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성장 원동력도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새로운 시작의 여정을 준비하는 벅찬 가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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