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상 위의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했다.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정신없이 늘어져 있던 선들과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훨씬 정갈해 보이고 깔끔해 보인다. 그것과 함께 숨 쉴 공간이 생긴 느낌도 들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수북하게 쌓인 먼지는 없나요?" 아마도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도 있을 것이고, 이루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계획들도 있을 것이다. 때론 누군가에게 들었던 상처 섞인 말들도 있다. 정작 지금 당장 필요도 없는데 책상 위를 뒹굴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50대가 되면 인생의 짐들이 더 늘어난다. 부모님 걱정, 자녀 걱정, 건강, 노후, 금전과 더불어 자신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도 더 늘어난다. 대부분의 것들은 어쩌면 과거형의 감정들이다. 저녁을 먹는 식탁에서 아내에게 "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주식을 살 거야."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삼성전자 주식을 살 거야." 실 없이 불가능의 가까운 이야기들을 생각하면서 과거의 그늘 속에 산다는 생각도 든다. 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Susan David)는 책과 강연에서 감정을 인정하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즉 과도하게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지저분한 책상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다.

어제보다 가벼운 오늘을 위하여
내려놓는다는 말은 왠지 부정적으로 들리기 쉽다. 마치 전장에서 패배하고 후퇴하는 군대처럼 무책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중요한 선택을 위한 필요한 요소이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다. 아이에게 다가가서 코칭적 질문도 하고, 아이들 학교 행사에는 한 번도 거르지 않았었다. 그랬던 자녀들과의 관계도 어느 순간 멀어져 있었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지금 다시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선되어 가는 과정의 순간이기도 한다. 바로 내려놓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글을 쓰면서 물 잔을 비유로 들었다. 물 잔의 물은 비워야 채워지는 원리이다. 비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결국 썩고 마시지 못하는 물이 된다. 감정의 무게는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가볍게 있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더욱 무게감을 더한다. 마치 솜이 물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감정은 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금처럼 물에 녹아 음식의 맛을 내는 것처럼 자신의 좋은 삶을 위한 도구로 써야 한다.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Marie Kondo)는 설레지 않는 것은 버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관계, 성장시키지 않는 습관, 행복하게 하지 않는 걱정들을 버리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버림으로써 마음의 공간이 생성된다. 그 공간에는 그동안 하지 않은 것들인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회, 새로운 행복들로 차곡차고 쌓아가야 한다.
내려놓음은 잃는 게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조금 덜 가지고, 덜 비교하고, 덜 애쓰면 오히려 더 풍요로운 삶이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많이 비교하면서 많이 애쓰지만 삶은 풍요롭지 못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가벼워야 하는 것은 큰 변화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작은 것 하나를 비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상 위에 필요한 것 같지만 지금 당장에 필요 없는 것을 없애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 저녁 하는 감사의 마음에 오늘은 "그래도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감사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비우는 것은 가볍게 만들어 주고, 가벼워지면 멀리 갈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정리하고 싶으신가요? 지금 바로 정리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 보지 않을래요?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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