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면서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일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했던 것인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 몸의 반응들이다. 오랜만에 예식장의 혼인 예식 사진을 찍었다. 렌즈 너머로 신랑, 신부의 미소를 담는 순간 몸은 기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말들을 이어가고, 자리를 배치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 감각이 낯설지 않다. 몇 년 만에 혼인 예식을 찍으러 나선 하루였다. 어색할 줄 알았지만, 약간의 긴장감만 있었다. 막상 카메라를 들고 삼각대에 세우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한다는 건, 결국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배움을 지식이라고 하지만 정작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이론을 외워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는 우리는 배웠으니 안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진짜 배움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다. 자전거를 초등학교 5학년때 타기 시작했다. 약간의 내리막이 있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 기억이 있다. 물론 이리 처 박고, 저리 처 박아 자전거를 고장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 자전거를 타라고 하면 어떤가? 다 타고 있다. 아무리 자전거 타는 것을 글로 읽어도, 영상으로 보아도 실제로 하지 않는 이상 탈 수는 없다. 넘어지고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으면서 비로소 탈출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몸으로 익히게 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다시 타게 된다.

몸이 기억하게 하는 삶
심리학에서는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라고 한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행되는 기술이나 습관을 말한다. 피아노 연주, 수영, 타이핑처럼 손과 몸이 기억하는 것들이 그렇다. 이러한 기억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형성이 되고, 한 번 습득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잘 유지되게 된다. 따라서 절차 기억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행되는 기술이나 습관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촬영도 마찬가지이다. 수백 번 렌즈를 돌리고, 수천 번 누른 셔터들이 그 시간들을 기억하게 하고, 그게 나의 몸과 말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을 통해 배움을 몸에 익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깨달은 것이 있다. 먼저 반복과 몰입이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 반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집중된 반복이 있어야 한다. 요리 연구가가 오믈렛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깨뜨린 계란이 수백 개 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계란 깨는 손의 각도, 힘의 세기, 프라이팬을 흔드는 타이밍이 몸에 배었을 것이다. 대충 해서 100번을 하는 것보다 온전히 집중해서 10번 하는 게 더 깊게 새겨질 것이다. 다음으로 감정과 함께 배워야 한다. 강렬한 감정과 함께 한 경험은 몸에 더 오래 남게 된다.
좋은 순간, 기쁨의 순간, "아하!"라고 느끼는 통찰의 순간들이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의미 있고, 도전적인 일이 더 잘 몸에 익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찰과 나누기이다. 단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부분이 어려웠는지, 왜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는지에 대한 경험을 기억 속에 남기는 것이다. 그 경험을 말로 하고, 글로 쓰고, 누군가와 나누는 일이 비로소 지혜가 된다. 내가 느낀 것을 나만의 언어로 만들면서, 모호한 감각이 명확해진다. 그게 누군가에게 닿게 되면 의미가 더 커진다.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다. 행복과 성장을 나누는 코치로 살아간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 적는 것이다.
담양의 하늘빛이 나의 몸과 마음과 머리의 기억에 남겨지고 있다. 바로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고, 꾸준히 하는 행동들이 결국 나를 만들고, 우리를 만들어 간다. 무슨 일을 하든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할지 모른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손이 먼저 움직이고, 행동이 나오고, 적응하게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순간들이 바로 진짜 '내 것'으로 남게 된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것을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해보고 싶은 가요? 내 몸에 남기고 싶은 삶의 흔적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삶에 어떤 경험이 새겨지길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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