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맞이한 셋째 날 아침이다. 조금 이른 시간, ‘멜리아 빈펄 다낭 리버프론트’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5성급 호텔답게 조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하나하나 맛을 보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여러 번 채워졌다. 함께한 일행도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조식에는 작은 대가가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식사를 즐기다 보니 미리 약속했던 출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조금 늦었지만 서둘러 그랩을 호출해 짜끼우 성모성지(Tra Kieu Marian Center)로 향했다. 마침 배정된 기사님은 가톨릭 신자였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어는 서로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짜끼우 성지는 차량이 많지 않아 이동이 쉽지 않은 곳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먼저 배려를 건네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짜끼우 성모성지는 베트남 가톨릭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전쟁 당시 군인들이 높은 언덕 위에 나타난 여인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지만 맞지 않았고, 코끼리를 앞세워 공격했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인물들을 본 코끼리들이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러한 이야기가 숨어 있던 신자들의 증언이 아니라 공격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증언으로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곳이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신앙과 희망을 품어온 성지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도 조용히 성모님 앞에 머물며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십자가의 길 14처를 천천히 걸으며 기도했다. 혼자였다면 더 깊이 머물 수 있었겠지만,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걸었다. 그래도 지난 1월 이곳에서 느꼈던 마음처럼 이번에도 내 안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왜 다시 이곳으로 나를 부르셨을까.“
아가페라는 7살 꼬마 아가씨를 보려고 했나보다.


그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은 채 성지를 내려왔다. 점심은 로컬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지난 여행 때 갔던 식당으로 가려고 했지만 일행은 조금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너무 현지 분위기가 강해 보였던 것이다. 결국 맞은편 비슷한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세 사람이 푸짐하게 식사를 하고도 총 16만 동이었다. 기본 식사 가격은 10만 5천 동이었고, 반찬을 추가했는데도 우리 돈으로 약 9천 원 정도였다. 가격도 놀라웠지만 음식 맛도 훌륭했다. 이러면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무조건 가능이다.
“이게 진짜 로컬 식당이구나.”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호이안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만났던 기사님 덕분에 이동은 생각보다 훨씬 편했다. 저녁에도 연락하면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연락이 닿지 않아 돌아오는 길은 다른 그랩을 이용했다. 호이안은 언제 찾아도 특별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뜨거운 햇살 아래 오래 걸었더니 자연스럽게 시원한 것이 생각났다. 카페에 들러 팥빙수와 카카오 스무디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차가운 음료 한 잔과 함께 내일 후에로 떠날 일정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구석구석 다 둘러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장소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다르고 마음이 달라지면 여행도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골목을 걷던 중 한 현지 여성이 다가왔다. 바구니배를 저렴한 가격에 태워주고, 저녁 소원배는 서비스로 제공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바구니배 체험이었다. 배를 모는 젊은 친구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웃고, 함께 리듬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마지막에는 팁을 부탁했다. 여행에서는 이런 작은 부탁도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팁을 전하며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신나게 돌아다녔더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정확하게 저녁 시간을 알려준다. 이번 저녁은 지난 여행에서도 찾았던 ‘Miss Anh’s Bánh Xèo’를 다시 찾았다. 골목 안에 자리한 작은 가게지만 반세오 맛만큼은 여전히 최고였다. 가격도 변함없이 음식 하나에 4만 동이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니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풀려갔다.
이후 약속했던 소원배를 타며 호이안의 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지난 여행과 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날만의 새로운 분위기가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연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오고, 특별한 조건 없이 서로에게 친절을 건네는 것이다. 기다려 준 그랩 기사님도, 바구니배를 함께 웃으며 탔던 현지 청년도,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간 모든 사람들이 이번 여행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결국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인연들이 여행을 추억으로 바꾸어 준다.



'여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후에에서 다시 다낭으로, 천천히 가도 괜찮은 하루 (1) | 2026.07.19 |
|---|---|
| 후에에서 만난 뜻밖의 은총, 여행의 이유를 깨닫다. (0) | 2026.07.18 |
| 다낭 여행 코스|미케비치·바다의 별 성모님·한시장·핑크성당을 걸으며 (1) | 2026.07.16 |
| 다시 찾은 베트남 다낭, 이번에는 함께여서 더 설레는 여행 (2) | 2026.07.15 |
| 자유여행에서 아무 할 일 없던 마지막날이 가장 오래 남는다. (5) | 2026.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