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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후에에서 다시 다낭으로, 천천히 가도 괜찮은 하루

by Coach Joseph 202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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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에에서 맞이한 아침은 유난히 고요했다. 어제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보낸 시간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을까. 창밖의 풍경도, 아침을 맞는 마음도 평소보다 한결 평온하게 느껴졌다. 조금 늦은 시간에 조식을 먹으러 올라갔다. 호텔은 4성급이었지만 조식만큼은 웬만한 5성급 호텔 못지않았다. 음식도 다양했고 분위기도 여유로웠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아침이라 천천히 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함께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문득 여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벌써 여행이 거의 끝나가네.”


  누군가의 한마디에 모두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제의 시간이 나에게만 특별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베네딕도 수도원에서의 경험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가슴 안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깊은 경험은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같은 장소에 함께 머물고, 같은 순간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에는 한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외국인 여행객이었다.

  ‘아, 내가 지금 정말 해외여행을 하고 있구나.’

  조금 늦게서야 그런 느낌이 든 모양이다. 다낭에서도, 후에에서의 저녁 시간에도 옆집 마실 나온듯한 느낌이었다. 체크아웃하기 위해 프론트로 향했다. 카운터에 있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 호텔에서의 경험이 어땠는지 물었다. 직원들이 워낙 친절하게 대해준 덕분에 느낀 그대로 좋은 평가를 남겼다. 그러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건네며 다음에 후에를 다시 방문하게 되면 꼭 먼저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이번에도 후에의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더 좋은 곳을 보고, 더 좋은 것을 느끼는 날이었다. 그래서 인지 이상하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다 보지 못했으니 다시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그렇게 작은 약속을 남기고 다낭으로 향하는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다시 다낭으로, 계획보다 마음 가는 대로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다시 다낭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오후 일정을 어떻게 보낼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바뀌기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계획한 일정을 다 소화해야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달랐다. 계획이 바뀌어도 괜찮았다. 그 변화마저 여행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점심은 ‘외할머니 주방’에서 먹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었고 함께한 일행 모두 만족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여러 음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을 함께할 때 음식이 모두의 입맛에 맞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여기 괜찮네.”

  그 한마디에 식당을 선택한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좋아진다. 여행에서 또 하나 배운 것, 트래블월렛 ATM 출금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트래블월렛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해 보기로 했다. 외할머지 주방에서 약 50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VPBank ATM을 찾았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조금 조심스러웠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화면을 하나씩 확인하고 천천히 따라 했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니…

  ‘드르륵.’

  정말 베트남 동이 나온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조건에 맞는 ATM을 이용하니 별도의 ATM 수수료 부담 없이 출금할 수 있었고, 환전소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편리하게 느껴졌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러다가 생각을 바꿨다. 아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살다 보면 이런 것들이 참 많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말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알게 된 것을 잘 활용하면 된다. 배움에는 늦은 때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잭푸르트라는 과일인데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이다. 비싸지도 않다. 꼭 먹어야할 과일이다.
커피숍에서 쉬는 중
더위를 피해 커피숍에서…

린응사에서 바라본 다낭 그리고 마지막 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 뒤 린응사로 향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우리를 맞았다. 넓은 사찰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미케비치와 다낭의 풍경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래에서 바라볼 때와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의 풍경은 참 다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어떤 문제 안에 있을 때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처럼 크게 보이지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로는 열심히 앞으로 가는 것보다 잠시 멈춰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린응사에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머물렀다.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보고, 걷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수영, 그리고 선짜야시장의 밤을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즐기는 마지막 수영이었다. 물속에 몸을 맡기니 여행 동안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어디를 더 가야 한다는 생각도, 무엇을 더 봐야 한다는 욕심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저녁에는 선짜야시장으로 향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네가지 음식들
야시장에서 먹은 랍스타


  오늘의 메뉴는 랍스터!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싸게~”
  “서비스도 주세요!”

  서로 웃고 장난을 주고받다 보니 흥정마저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랍스터가 나왔다. 함께 맛있게 먹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산을 하려고 하는데 음식값 밖에는 받지 않은 듯 했다. 하도 이상해서 다시 물었다. 서비스를 너무 많이 해달라고 했나보다. 이 친구가 음식값에 포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려는 데 다시 달려와 안 받은 것 같다고 하면서 식당 사장님쯤으로 되어 보이는 분께 물어보니 안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제를 해주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고, 하루 종일 걸어 고생한 발에는 마사지라는 선물도 주었다.

  그렇게 여행의 또 하루가 천천히 저물고 있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오늘 하루는 특별히 많은 곳을 찾아다닌 날은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오늘 내게 주어진 단어는 하나였다.

  ‘쉼.’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꾸만 더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획한 것은 반드시 해야 하고,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되고, 쉬고 있으면 왠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달린다고 해서 반드시 더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여행도 그랬다. 모든 관광지를 다 가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계획했던 일정이 바뀌어도 괜찮았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았고, 카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천천히 걸었기에 함께한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었고, 잠시 멈췄기에 지나가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삶도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멈추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어가기 위해 내 마음의 속도를 맞추는 시간일 수 있다. 여행이 끝나갈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지금 함께하는 이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때로는 걷고, 때로는 쉬면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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