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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후에에서 만난 뜻밖의 은총, 여행의 이유를 깨닫다.

by Coach Joseph 202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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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낭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후에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전날 예약해 둔 리무진 기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약 과정에서 내 연락처가 아니라 형수님의 연락처를 입력했던 것이다. 원래 알고 있던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다는 소식에 모두가 분주해졌다. 다행히 미리 짐을 정리해 둔 덕분에 큰 혼란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다낭에서 후에까지는 약 2시간 30분.
  클룩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한 일정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막상 도착한 차량은 깨끗하고 편안했다. 우리 일행 네 명과 외국인 여행객 여섯 명이 함께 후에를 향해 달렸다. 차 안은 조용했다. 몇 번이고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영어가 망설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각자의 여행을 품은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조용히 이동했다. 후에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Thanh Lich Royal Boutique Hotel이었다. 4성급 호델이고 이곳의 평점이 좋았다. 평점이 좋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체크인을 위한 작성을 먼저했다. 잠시 다가와 영어로 이야기 하던 직원이 한국어를 한다. “와 한국어 잘하시네요” 그러자 “아뇨 오랜만에 써보는 거예요. 그래서 서투르고 잊어 버렸다.”고 한다. 서투르다고 했지만 소통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심지어 근처 찐 맛집을 추천 받았다. 직원은 환한 미소 덕분인지 훌륭한 음식점을 소개받았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Thanh Lich Royal Boutique Hotel
친절한 직원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자세히 알려주려고 하시는 모습에 감동…..


  그곳이 바로 Bun bo Hue Ba Gai라는 곳으로 하노이 거리에 있는 진짜 로컬 식당이었다. 분보후에와 다른 메뉴를 함께 주문했는데, 진한 국물과 깊은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네 사람이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는데도 우리 돈으로 약 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맛과 가격, 그리고 현지 분위기까지 최고였지만, 에어콘이 없는 것은 한가지 흠이었다. 후에에서의 첫 식사는 최고의 환영 인사가 되어 준 덕분에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 오후가 되자 기온은 36도 가까이 올랐다. 체크인 전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이랜드 커피에서 잠시 쉬며 다음 날 다낭으로 돌아갈 리무진도 예약했다.

하노이 거리에 있는 분보후에 추천맛집… 가격, 맛 모두 짱…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뒤 이번 여행에서 가볍게 기도하러 들른 장소인 후에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향했다. 지난 여행에서는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성물을 구입한 뒤 조심스럽게 신부님께 여쭈었다.


  “신부님, 혹시 수도원을 둘러볼 수 있을까요?”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신부님은 환하게 웃으며 흔쾌히 허락하시고 안내를 부탁한다. 성당 안에서 잠시 묵상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여기까지 일까요?라고 여쭈어 보았다. 젊은 신부님께서 다가오셔서 말씀하신다.


  “위에 있는 성당은 보셨나요?”

수사님들이 기도를 하는 곳. 서로 마주보고 기도를 하시는 곳이다.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라고 말씀드리자 신부님은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둥근 천장은 하늘을, 네모난 공간은 땅을 상징한다는 이야기 였고, 기도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신다. 지난 여행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가 하나씩 마음에 들어왔다. 설명이 끝난 뒤 신부님은 다시 물으셨다.

  “수도원도 둘러보고 싶으신가요?”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는 듯 바로 답을 했다. 그 한마디와 함께 뜻밖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서품을 받은 지 1년 정도 되었다는 젊은 신부님의 차를 타고 수도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왜 차를 타고 이동할까 궁금했는데, 직접 들어가 보니 수도원 부지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그곳에는 파손된 십자가와 부서진 시설들이 남아 있었다. 신부님은 과거 폭도들의 공격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그때 십자가 고상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부탁하셨다.

폭도들에게 의해 무너진 십자가
조용히 묵상하고 기도를 드린다.


  “이곳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고, 이곳을 위해 기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신다. 잠시 둘러보라며 라방 성지에 계신 수녀님들을 모시고 와서 인사를 시켜주신다. 언어가 소통이 제대로 안되지만, 젊은 신부님이셔서 그런지 제미나이를 통해 서로 대화를 하고, 설명을 해주신다. 라방 성지 수녀님들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고 함께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라는 말에 신부님이 당연하신듯 혼쾌히 허락하신다. 서로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찌고 우리는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과 라방성지 수녀님들
이곳을 설명해주신 신부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왜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았다.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의미를 만나러 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연히 던진 한마디가 수도원의 문을 열었고, 그 안에서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받았다.

  ‘너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알 수 없는 질문들은 그곳을 떠나오는 내내 가슴에 남아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생각하게 한다. 베네딕도 수도원을 나와 푸깜 주교좌성당을 찾았다. 잠시 성당 안에서 묵상한 뒤 우연히 교구청에도 들르게 되었다. 계획했던 일정은 아니었지만 여행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반미를 먹었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큼 맛있었다. 다만 끝 맛에 라면 스프의 맛이 나았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내고 저녁 식사를 하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오늘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하나였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 어린 한마디와 작은 용기가 예상하지 못한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이번 후에 여행에서 가장 큰 선물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우연히 건넨 질문 하나, 그리고 그 질문에 따뜻하게 답해 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어쩌면 이번 베트남 여행을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오늘을 만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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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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