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을 맡긴 뒤 서둘러 다낭 핑크성당으로 향했다. 타지에서 주일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익숙한 성당이 아닌 낯선 나라의 성당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하느님을 바라보며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핑크성당에 도착하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다.
“입장할 수 없습니다.”
순간 당황했다. 알고 보니 한인성당 신부님께서 한국에 가셔서 한인미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여기 핑크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조용히 묵상을 시작했다. 성당의 모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에어컨 없이 뜨거운 공기가 그대로 들어왔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등에서는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래도 감사했다. 낯선 나라에서 주일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영어미사, 그리고 ChatGPT 통역
미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수녀님께서 갑자기 영어로 성가 연습을 시작하셨다.
‘아, 영어미사구나.’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베트남어보다는 조금 낫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다. ‘ChatGPT로 실시간 통역을 해보면 어떨까?’ 지난번 베트남 여행 때도 통역 기능을 사용했지만 당시에는 대화를 한 문장씩 주고받아야 했고, 연결이 자주 끊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전날 잠시 테스트해 보니 상대방이 계속 이야기해도 마치 옆에 통역사가 앉아 있는 것처럼 이어서 한국어로 전달해 주었다.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까지 좋아졌구나.’ 미사가 시작되고 조심스럽게 통역을 켰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통신 상태가 5G에서 4G, 때로는 3G로 바뀌면서 중간중간 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거의 알아듣지 못했을 영어 강론의 의미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신부님의 강론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에 꼭 필요한 이야기처럼 마음에 들어왔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빛은 무엇일까요?”
신부님은 질문 하나를 던지셨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빛은 무엇일까요?”
제대 위의 빛일까? 독서대의 빛일까? 아니면 성당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밝은 조명일까? 우리는 크고 밝은 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부님께서 가리킨 빛은 달랐다. 감실 곁에 조용히 켜져 있는 작고 붉은 등불이었다.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빛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불이 꺼진 뒤에도 그 등불은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알려준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화려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에 띄는 성취,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 누군가 알아주는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인지도 모른다. 신부님은 우리 마음 안에서 좋은 것이 자라나는 순간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잘못한 것을 뉘우칠 때,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때,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할 때, 하느님께서 내 마음을 만지실 수 있도록 마음을 열 때임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작은 친절과 온유함을 실천할 때, 작은 미소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를 위한 조용한 배려, 용서와 기도와 같은 그 작은 행동들이 씨앗처럼 우리 안에서 자란다는 말씀이었다.
작은 등불 하나가 어둠 속에서도 계속 빛을 내듯이 우리의 작은 믿음과 친절, 용서와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 나라를 조금씩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강론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를 건넸는가?’ ‘누군가를 조금 더 배려했는가?’ ‘먼저 다가가 따뜻한 말을 건넸는가?’ 그 질문들이 마음속에 하나씩 남았다.




여행에서 만났던 작은 빛들
생각해 보니 이번 여행에는 유난히 사람과의 만남이 많았다.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여행 정보를 알려준 가족, 한시장 근처에서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던 Phuong Tam, 짜끼우 성모성지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고 기다려 주었던 가톨릭 신자 그랩 기사님, 후에에서 맛있는 로컬 식당을 알려준 호텔 직원, 그리고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우연히 건넨 질문 하나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 수도원 깊숙한 곳까지 안내해 주었던 젊은 신부님들이다. 그때는 그저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이 이번 여행에서 만난 작은 등불들이 아니었을까?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건넨 작은 친절 하나가 그 사람의 하루를 바꾸기도 한다.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사를 마친 뒤 마지막 쇼핑에 나섰다. 꼰시장에 들러 캐슈넛과 망고 관련 제품들을 구입하고, GO! 마트에서도 필요한 물건들을 한가득 담았다. 지난번 혼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혼자 여행하면 내 것만 생각하면 되지만 함께 여행하니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아진다. 쇼핑을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아 한강변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 여행 중 방문했던 Yuri 마사지숍을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Phuong Tam을 다시 만났다. 우리를 보자마자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다. 불과 며칠 전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환하게 웃어준다. 다시 방문한 것이 반가웠는지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문득 아침 미사에서 들었던 ‘작은 빛’이 다시 생각났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다시 와줘서 고맙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조금 더 챙겨주려는 작은 배려 하나가 중요하다. 그것이면 충분할 때가 있다. 다시 다낭을 떠나며 지난번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 시간이 촉박해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는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번에는 여유 있겠지.’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고 깜짝 놀랐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공항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출국심사를 통과하는 데만 약 50분이나 소요되었다. 조금 일찍 오기를 정말 잘했다. 긴 줄을 지나 드디어 탑승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는구나.’ 1월에 혼자 왔던 다낭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내와 친한 형 부부와 함께 다시 찾은 다낭이다. 같은 장소였지만 전혀 다른 여행이었다. 혼자였을 때는 나 자신을 더 많이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함께 걷는 사람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더 많이 바라보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하며 어떤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 기대했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며 돌아보니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특별한 관광지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미사에서 들었던 ‘작은 붉은 등불’이 이번 여행 전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내게 건넨 미소와 친절이 여행을 따뜻하게 만들었듯이 나 역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빛 하나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먼저 웃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조금 기다려주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밝힐 수 있는 가장 작은 등불인지도 모른다. 다낭을 떠나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작은 빛들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빛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여행은 끝났지만, 여행이 내게 건넨 질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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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
ChatGPT 강의 스마트폰 대인관계소통 코칭리더십(리더십) 강의 라이프코칭, 비즈니스코칭 매일 글쓰는 코치 머니프레임 머니코칭 은퇴자 변화관리 청년 현명한 저축관리 매일 글쓰는 코치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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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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