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을 향하면서 퇴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퇴직하기에는 아직 창창한 나이이고 삶의 최전선에서 살아야 할 나이이지만 퇴직을 했다. 퇴직하면서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하려고 자유의 상징처럼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처럼 며칠만 깍지 않으면 덥수룩한 수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 동안 자라난 수염이 제법 수염처럼 보인다. 수염만큼이나 나의 삶도 천천히 변화되어 가고 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기 위해 매일을 밝은 모습으로 노력하고 있다. 밝은 모습과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으러 갈 것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자신의 시골집을 통째로 빌려 줄 테니 나는 자연인이 다를 찍으라고 놀림 반, 진심 반인 형님도 있다. 청년이 되고 난 이후 가만히 보니 혼자만의 시간 며칠씩 가져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 적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침묵의 편안함과 안정
살을 에이는 엄동설한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봄기운에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나뭇잎은 연녹색에서 진한 녹색으로 변화되어 가면서 아침은 점점 시끄러운 소리들로 가득하게 된다. 창문 너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바쁜 아침을 알리는 경적소리, 아침에 무슨 일이 생긴 지 모르지만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 시끄럽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등 아침의 소리는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아무도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히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로 신경조차도 쓰지 않는다. 혼자서 자연인처럼 산다는 상상을 해보니 '아 그런 소음이 있었구나' 정도일 뿐이다.
자연인이다라는 사람처럼 난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기차 발통소리가 날 정도로 코골이가 심한 남편이 없자 아내가 잠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은 내게 안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잠시만의 피정이라고 한다면 가능하다. 그런 침묵의 삶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고 상상하니 왠지 평화와 안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새가 지저 기는 소리, 아침 이슬과 함께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는 그 침묵을 깨는데 엄청난 소음일지 모르지만 잘 이루어진 하모니를 듣는 것처럼 안정되고 편안한 것이다.
침묵의 시간은 신의 소리를 듣게 한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진다면 신의 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당장에 "이런 미친놈"이라고 할 것이다. 빨리 정신과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추천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니다 보니 피정이라고 하는 것을 많이 갔었다. 피정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을 피해서 쉬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쉬면서 대침묵과 소침묵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침묵의 시간은 풀잎이 살랑살랑거리면서 들려주는 소리, 귓불에 바람을 '후'하면서 스쳐가면서 들려주는 소리, 하늘의 날씨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들려주는 소리들을 들은 적이 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잠시 온 마음을 자연에 내려놓으면 들려오는 소리이다.
바로 이소리가 신이 들려주는 소리이다. 그런데 내가 무슨 모세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닌데 어떻게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성령이 가득하면 들을 수도 있겠지만 하면서도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지금 이 시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 고3인 녀석이 면접을 보고 있다. 글을 쓰면서 단풍잎을 말없이 바라 보는 시간도 가져보고 있다. 역시 도심에서는 안되는 가 보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며, 조금 떨어진 도로의 차량은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조용히 대침묵속에서 거닐고 있을 때 들린 음성,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서 울려 퍼진 음성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새 삶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알찬 인생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공허한 인생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여기서는 긍정적인 알찬 인생이 되는 것을 말하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독방에 외로이 혼자 있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독방에 혼자 있다는 것은 외롭고 고독에 쌓여 있는 것이다. 그 고독을 즐기지 못하고 외롭고, 처량한 자기 모습을 보고만 있다면 한없이 자신의 공허한 인생에 대한 것만을 떠올리며 현재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 만을 바라보며 어떤 것을 해야 할 지 보다 지금의 심정과의 이야기만 나누어서는 안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유는 바로 현재 자신을 인정하고 미래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 볼지를 생각하면서 그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하루 하루의 고독한 삶일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인생을 위한 설계의 시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은 퇴직하고 많은 시간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많은 일들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잠시 뿐일 것이지만 퇴직자에게 훨씬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새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 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퇴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50대 사람들이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어 가기 위해 해야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를 떠올려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져 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심속에서 매일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것들에서 좀 벗어사 조용한 환경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안정되고 편안함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은 신의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신의 소리는 다른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 내게 들려주는 소리이며 그 소리는 공허한 인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찬 인생의 시작을 만들것만 같다. 고독을 처량하고 외로운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같이 퇴직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고독이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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