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면서 가끔은 들었던 생각이다. 사진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만 딱히 답은 없어 보인다. 내게는 사진은 어떤 의미였을까? 처음에 그냥 시작했던 사진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잘 찍고 싶어서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다녔다. 새벽 4시에 모여서 어딘 가를 가야 했는데 그저 새벽시간의 빛이 아름답고 예쁘고 자연스러워서였다. 그렇게 찍으러만 다닌 것이 전부였다. 물론 구도라든가? 어떻게 해야 한다든가?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라고 하면서 어디서 주어 들은 이야기들로 사진을 찍기만 했다. 주제를 생각해 보고 찍은 사진도 물론 있었다. 사회적 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하며 하늘에 왜가리들이 날아 움직이는 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지만 그렇게 흔치는 않았다. 일단 찍어 보고 보자였다. 300컷에서 400컷의 사진을 찍으면서 건지는 사진은 단 한두 장, 때로는 그것마저도 맘에 들지 않았다.
사진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으면서 시작을 사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뷰파인더 안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은 정말 다르다. 눈으로 본 세상은 그저 평범한 세상임에도 뷰파인더 안으로 바라보고 찍어낸 사진은 정말 아름답다. 호주에 갔을 때이다. 유명한 곳이 바로 오페라 하우스이다. 야경을 담아도, 아침을 담아도 좋은 곳이 바로 오페라 하우스였다. 부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도착한 곳은 그저 평범한 극장 같은 것이었다. 정말 아름답지도 예쁘지도 않았다. 화려함을 가득 채웠던 사진 속 오페라 하우스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뷰파인더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진은 기술이 필요하고, 사진은 창조이며, 마음의 틀(frame of mind)이기도 하다.
사진에 기술이 들어가면 창조가 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냥 셔터만 누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찍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일단 들어가고 어떤 각도에서 찍는 것이 더 아름다운지, 잘 나오게 되는 지를 때론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것이 사진이다. 한 곳에서 같이 사진을 찍지만 누구는 몽환적인 느낌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군가는 밋밋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왜 나만 사진을 이렇게 못 찍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조금만 사진에 기술을 가하면 사진은 예술이 되기도 한다. 태양이 떠오르는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아이스링크처럼 보이고 멋진 태양이 그 위에 있는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겨울이 아님에도 겨울처럼 느껴지게 한다. 셔터 속도를 조금만 느리게 해도 이런 사진이 된다.
숲 속에 폭포를 찍을 때 한낮에는 어렵다. 세상에 빛이 가득해서 이다. 잠시만 어두워지거나 이른 아침에 도착한 다면 폭포가 얼음처럼 내려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밋밋하게 찰칵하고 찍는 것이 아니라 이끼와 폭포를 찍으면서 차~아아아 알알알 칵하고 찍는 다면 사진은 미지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사진이 되고 작품이 된다. 실제 모습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사진에 기술이 들어가면 이렇게 창조가 되고 예술이 된다.
사진은 마음의 틀이다.
사진은 찍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내가 가진 감정이 사진에 녹아든다는 것이다. 어느 날 출사를 다녀왔다. 벤치를 보며 사진을 찍고, 외로이 한송이 피어 있는 할미꽃을 찍고 있는 것이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내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뷰파인더에 비추어진 것이다.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들을 보면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전쟁 중에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사진이라던가? 마을에서 기쁨의 축제를 펼치는 장면을 보면 유독 인물에 포커싱 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힐링이 되고 다시 그들의 웃는 모습을 찍게 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일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너무 예쁘게 율동을 하는 것이다. 나는 바로 각자 한 장씩을 찍었다. 내 마음이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두 명이 아닌 각각의 아이들을 다 찍었다. 성탄절 아침에 미사를 하면서 내 마음에 여유가 넘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아이에게 눈길이 가고 장난을 걸어도 고개를 돌리던 녀석은 사진은 찍어 주었다. 마음이 표현되는 것이고, 그 사진을 찍으면서 내 마음도 좋아진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사진의 의미는 작가 마음이 표현이 되고, 눈으로 본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희망을 노래하게 한다. 수많은 사진을 찍어도 자신이 좋다고 건지는 사진은 한두 장 또는 없기도 한다. 사진에 기술이 접목이 되면 좋은 사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장비를 많이 사라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가진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멋지고 이야기를 담은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진이 때론 창조되기도 한다. 밋밋하게 찍은 사진도 작가의 생각이 들어갔다고 하면 비판할 수 없다. 피카소는 괴짜 같은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일반인이 보았을 때는 "이게 그림이야!"라고 생각한 것이 엄청난 그림이 되어 엄청난 가격에 팔리지 않는가? 사진도 밋밋하고 보잘것없을 수도 있다. 그것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탓 일 수도 있다. 마음의 울림이 깃든 사진을 찍는 것은 작가의 마음이 들어가 있어서 이다. 따라서 함부로 사람을 그렇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비판하지 말고 마음을 나누는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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