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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의 삶(50대의 하루의 삶)

거울속 자신을 바라본다.

by Coach Joseph 202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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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 위해 선택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바라본 거울 속 나는 희망이 가득 찬 얼굴이 아니다. 가슴에 커다란 바윗돌이 있는 것처럼 얼굴도 무거움이 가득하다. 심적인 어려움들이 작동하나 보다. 표정이 없이 묵묵히 바라본 표정은 무거움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처럼 지쳐 있다. 호기가 있던 나는 어느새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고 있다. 밝게 빛나던 피부가 왠지 칙칙함이 더해진다. 전체적으로 압박감이 있나 보다. 자신감도 떨어진다. 며칠 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적은 누구인가?'라는 글을 쓰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 바로 외부에 있지 않다고 했다. 내부의 적이 나를 공격하고 있다. 오늘은 심하게 흔들렸나 보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할 것이 태산인데도 손도 데기 싫다. 저녁이 되어 한두 사람 전화를 돌렸지만 다들 바쁜가 보다.

거울속 자신

 

  너는 누구이니?

  새삼 거울 속 내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누구이니" 잠시 생각에 잠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퇴직한 직장인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다.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이 길을 가기 위해 포기했다. 나쁘지 않은 재무팀장 제안이 있었음에도 답변도 못했다. 이 길이 어려운 길인줄 알고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길인가 보다. 아직 완성되지 않고 방안을 나뒹구는 한 조각 퍼즐처럼 외로움뿐이다. 그저 감정이 그런 순간을 내부적 적이 공경을 한다. 편안한 맘으로 있으려고 하지만 살짝 벌어진 틈새로 비집고 들어왔다. 참 이 녀석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 거울 속 나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지만 쳐다도 보지 않는다. 차가운 유리에서 전해오는 서늘함만이 손바닥을 휘감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독감과 함께 쌓여만 가는 고민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어두운 방안에 책상 위에 비치는 불빛에 조용히 글을 쓰고 있다. 무겁기만 한 어깨, 조용히 가슴을 들어 올렸다 내려놓는 심장 박동은 거칠게 움직이고 있다. 숲길을 지나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견디어 내고 지나가야 한다. 경쟁과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으로 들어와 있다. 이게 지금 네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다. 치열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데도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는 내 모습에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그래도 이곳저곳에 연락을 하고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지만, 군대 간 오빠를 기다리는 것처럼 소식도 없다.  네게 다시 묻는다. "너는 왜 그러니?" 그 말에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짧은 시간에 스쳐간 생각들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가?' 내게 자문해 본다. 
 

  거울에 지껄여 보자.

  소주 반 병을 마시고 무작정 쉬었다. 오래간만에 소주를 마셨다. 온갖 무력감에 무얼 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휴대폰 화면을 위로만 밀어내고 있다. 침대 옆에 앉아서 머릿속의 잡다한 것들을 숏츠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더 시끌 시끌하다. 한동안 뉴스를 보지 않아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잊고 지냈다.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음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것을 보고 있는 데도 속은 더 혼란스럽다. 화장실 거울로 달려가 다시 한번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
  "잘 모르겠어. 내가 내 마음을 모르겠어."
  "그럴 때가 아니잖아. 어떻게 하고 싶은데?"
  ".............."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지만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했던 온갖 말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저 마음 한구석에서 "용기를 내봐." 작은 개미목소리로 들리지만 너무 작아서 인지 가슴까지 오지 못한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거울에 지껄여 본다.
 
  "제발 맘 편하게 먹자. 이건 아니지 않냐?"
  ".............."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시간이 필요하잖아."
  ".............."
 
  그저 듣고만 있다. 다시금 정신 차리자는 생각이 든다. 묵묵부답이 아닌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힘을 내자고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던져본다. 힘들지만 버티어 보자고 이야기를 한다. 함께 버티자고 거울 속 내 눈을 바라보지만 자신 없이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함께 버티어 가지고 해 본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미친 짓인지도 모르지만 저녁을 이렇게 보내고 마무리하려 한다.


  거울 속 자신과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본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서 이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짐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다. 자신이 없어 눈을 아래도 떨구어 내렸지만 조금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마음이 무겁고 어렵지만 그래도 보내고 있다.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매정한 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 글에 자신을 과도하게 비판하지 말자고 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비판을 자제하려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나 보다. 과도한 비판을 한없는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잠시 물에 잠겨 있는 정도이다. 이 물이 좋지 않다고 느꼈으면 나와야 한다. 잠시 방향을 잃어 그 물속에 있지만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금방 땅을 찾아 다시 딛고 일어서리라 본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길 바란다. 아직 나도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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