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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근시대의 삶(50대의 하루의 삶)

길가에 들리는 조용한 속삭임

by Coach Joseph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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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페북을 통해 본 감성사진들..... 골목길, 벽화를 찍어 콜라주로 만들어 놓은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그냥 공간 안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 사진을 보아서 인지 잠시 차를 멈추고 딸을 기다리던 중에 담장 너머로 나온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 나뭇가지를 바라본 순간 금낭화가 떠올랐다. 주렁주렁 매달린 금낭화가 연상되는 가 싶더니 "세상에 수줍은 손을 내밀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세상에 아무 말 없이 내민 손길이었다.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 누구에게 수줍은 손을 내미는 가 싶어 자세히 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전봇대에 눈길이 도달한다. 둘을 보며 사진을 찰칵하고 찍고 보니 둘은 이미 맞닿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서로 닿아 있다는 것을 사진을 찍고 나서야 발견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나태주 풀꽃, 풀꽃 2 중에서 -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산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오래 보지 않고서 대충 바라보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름, 색깔, 모양을 알면 이웃, 친구, 연인이 되는데도 우리는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어떤 깊은 욕구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저 드러난 것만 바라보려고 한다. 

 

  도시의 풍경과 자연이 만나서 아름다운 순간들을 많이 보여 준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면만을 바라보고 그게 전부 인양 생각을 하게 된다. 나뭇가지와 전봇대가 만난다는 생각을 아무도 못한다. 보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거리에 있고, 언제 자라서 만나라고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그들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내가 다 보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림을 갖는다. 

조용한 속삭임

 

  자연과 도시의 만나는 점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곳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한 가지만을 바라본다. 도심을 더 많이 기억하거나, 자연을 더 기억한다. 전봇대와 나뭇가지가 만나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물과 자연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나뭇가지는 전봇대를 향해 천천히 아주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 뻗어갈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것을 보면서 인내를 가르쳐 주고 있다. 내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떤 이도 둘이 만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연과 도시는 서로 다르다. 도시는 화려하고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자연은 서서히 조용히 성장을 한다. 하지만 둘은 그 안에서 공존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났다고 해서 불협 파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성질 급하게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면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융합해 가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한쪽으로 편향된 집단속에서는 이것이 어렵지만 말이다. 특히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에서는 더욱 어렵다고 본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바라본다면 나태주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면들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다만, 많은 인내가 동반된다면 말이다.

 

  상징성을 가진 나뭇가지

  나뭇가지가 전봇대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물리적 접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은 끊임없이 대화와 교류를 하고 있다. 어떻게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진 속 나뭇가지를 바라보면서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을 보았다. 조심스럽게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수줍게 내민 손이다. 전봇대처럼 손을 내밀었다고 못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 색안경을 끼고 볼지도 모른다. "왜 내게 손을 내밀고 있지?"라며 말이다. 진심을 다해 내밀고 있음에도 상대방은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바라보면 자연은 그저 순수하게 내밀고 있음에도 말이다. 겨울잠을 자고 드디어 깨어 일어나 수줍게 손을 내밀고 있다. 서로서로 얽혀 하나의 나무를 이루고 이 나무가 팔을 쭉 뻗어 내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과 세상과 하나 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대충 서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절제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뻗고 있다. 평화와 조화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세상에 존재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조화를 만들고 싶어 함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과 마주한다. 도시 풍경 속에서 자연이 주는 것과 인공물이 만나는 것을 통해 삶에 교훈을 갖는다. 전봇대와 나뭇가지의 만남은 그저 접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교류하는 평화를 상징한다. 상호 존중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공간 안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알아가려고 한다. 나태주 시인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이런 기류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뭇가지가 전봇대에게 내민 손길처럼, 각자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소한 만남 일지 모르지만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고 더욱 풍요롭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존중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화합과 일치를 만들어가는 장이 될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은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좋은 미래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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