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이 된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들을 준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은퇴 후 대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은 노인 4고(苦) 중에 孤獨苦(고독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는 無爲苦(무위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려고 한다. 일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꿈꿔 온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는 녹록지 않다. 그저 쉬는 것만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처음 시작은 대부분 좋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면 보내게 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무료함과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여가생활'에 관한 것이다. 은퇴 후 여가 생활은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하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은퇴 전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정이 일상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충분히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없었다. 주말이나 휴가가 되어야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나면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현장으로 다시 복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나 여유로운 여가 생활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다. 조직에 있으면서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가족과의 좋은 시간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일들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조직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은퇴를 하고 나면 그동안 미루었던 것들을 하고자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자신이 좋아했던 운동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체력이 되질 않는다. 그림이나 음악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다 1년, 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많다. 따라서 은퇴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것이 진정으로 나에게 의미 있고 보람되는 일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은퇴 후 여가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가와 배움으로 재설계
은퇴 후 여가 생활의 큰 장점은 무엇인가? 자신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주인이 조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조직에 있으면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업무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버려진 취미나 활동에 대해 생각하고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은퇴는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을 탐구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가 생활은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취미는 그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미루어 놓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림, 사진, 악기, 공예 등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외부 활동을 좋아한다면 은퇴 전부터 체력을 관리하고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많이는 할 수 없지만 조금씩 준비해 놓는다면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포츠 활동은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활동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것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은퇴 전에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 더 이상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이다. 은퇴하게 되면 더 많은 공부들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의 변화에 조직에 상위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 놓고 지냈기 때문이다. 조직에 있으면 구성원들이 자신을 대신해 이런 것들을 해 주었지만 조직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가? 바로 자신이 직접해야 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를 해야 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강의나 자신이 듣고 싶었던 온라인 강의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강좌들을 통해 세상이 변하고 있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이럴 때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 나이에 공부하고 배워서 어디에 써먹으려고?"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한다. 무엇을 배워 써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학습을 통해서 치매를 예방하고 자신의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가? 무엇을 써먹으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쇠붙이가 부딪치는 부분에 구리스를 칠하는 것이다. 잘 미끄러지고 잘 움직일 수 있게 말이다. 이것은 성취감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두뇌활동을 자극하여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 삼성 서울병원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배움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회적 교류의 중요성
여가 생활을 하는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여가 생활이라고 한다면 혼자 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멍 때리는 것이 여가 생활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혼자 할 수 있다. 無爲苦(무위고)는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무위고를 극복하는 길이다. 은퇴 후에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가 시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동호회 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후 여가 생활세서 커뮤니티 활동은 큰 의미를 가진다. 지역 사회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거나,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꼭 은퇴 후에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이 은퇴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자신과 같은 가치관, 공통된 취미로 뭉친 이들은 서로가 쉽게 뭉쳐지게 된다. 이것을 통해 삶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게도 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 생활도 중요하다. 조직에 있으면서는 항상 가족을 뒷전이었다. 모든 시계가 직장에 맞추어져 있어서였다. 은퇴를 하게 되면 자녀들과 더 나아가 손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게 된다. 가족과 여행을 하거나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삶에 여유가 있다면 가족들과 골프를 취미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식을 혼인시켰는데 외국에 산다고 한다. 자식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자주 보지 않다 보니 며느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이야기할 만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오게 되면 골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골프를 함께 라운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 서먹하고 어색한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들과 유대감을 강화하고 소중한 추억들을 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여가활동을 하는 것은 은퇴 후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불안하고 두려우며 외로움을 없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은퇴 후 여가 생활은 삶을 더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취미를 찾고, 신체적 활동을 지속하며, 사회적 교류를 확장하는 여가 생활은 은퇴 후의 삶을 더욱 활기차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여가 시간을 통해 신체와 정신 건강을 함께 돌보는 것은 더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 시작을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여가 생활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고, 사회적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함께 챙기는 여가 생활은 은퇴 후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결국, 여가 생활은 삶의 주도권을 잡고, 은퇴 후에도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신만의 여가 생활을 계획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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