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한 달 전부터 캐럴송으로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갈 때, 백화점이나 음식점에 가면 들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잘 들을 수가 없다. 지난달 필리핀을 갔을 때 그곳은 더운 여름임에도 캐럴송이 들려오고, 일하는 직원들의 머리에는 산타클로스 모자가 써져 있었다. 어릴 적 추억들이 되살아 나는 순간이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아주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에 머리맡에 놓인 장총을 보고서 아버지가 사다 놓으신 것을 알고 난 이후로는 그저 즐겁게 노는 날이었을 뿐이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미사는 자정에 이루어졌다. 보통 10시 ~ 11시경에 이루어졌다. 이른 저녁 성당에 도착하면 만들어진 무대에 서치를 비추고,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장기자랑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제는 이런 조명도, 연극도, 노래도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가족과 친구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반짝이는 조명아래 축제의 시간들을 보내는 젊은 이들이 세상에 더 많이 보인다.
크리스마스만 특별한 날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아니다. 이 날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과 배려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작은 정성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나눔이 큰 것처럼 여기지만 자신의 마음 가짐에 있을 수도 있다. 병원에 가야 하는 데 갑자기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 배터리를 고치려 가려하는 데 자기가 저렴하게 바꾸어 준다는 것이다. 가격을 물어보니 헐~~ 엄청 비싸다. 다른 곳에 알아볼 겨를도 없이 알았다고 하고 교체를 의뢰했다. 고치는 와중에 제품을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봉이 된 것 같다. 가격이 반절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너무 비싸다면 인터넷의 가격을 보여주자, 이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신다. 다른 때 같으면 맘이 상했을 것이고, 경제적 여유도 없는 나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근데 웬일인지 "그래 나누었다고 생각하지 뭐. 나눔이 별 건가?"라며 송금을 해 주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와 차에 타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쓰러지셨다. 허리도 안 좋은 나이지만 바로 달려가 화분을 치워드리고, 일으켜 세워드리는데 몇 분이 함께 거들어 주는 것을 보고 세상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내 주차장으로 향했고,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이것도 나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나누고, 지탱하기 어려운 노인을 도우려는 마음..... 이것이 바로 나눔이고 배려이다. 일상에 바쁜 흐름들 속에서 잠시 주변을 바라본다면 나눔이라고 하는 것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나눔은 사랑의 표시이다. 크리스마스가 되고 보니 이제 올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동안 자신이 나눈 사랑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내게 물어본다. "나는 올 한 해 동안 누구에게 사랑을 나누었는가? 무엇에 감사했는가?" 묵직한 질문을 받으며 이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반성을 위한 질문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질문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을 바라본다.
항상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했다. 이번처럼 힘들게 미사 한 날이 또 있을까? 엉덩이를 비롯해 좌측 하체로 쏟아지는 통증과 저림은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려한 전구도,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노랫소리도 귓전에 맴돌 뿐이었다. 신부님 강론에 크리스마스가 이벤트날이 되어 버렸다는 아쉬운 듯한 말씀을 들었다. 기쁨도 축하도 없이 조용한 마구간 구유에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에게는 목동 만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옆집의 아이가 태어나도 우리는 축하를 한단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사소한 축하조차도 받지 못하고 태어났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시기 위해 말이다. 세상에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왔고, 세상에 가장 위대한 모습으로 인간이 가슴에 오신 분이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가난한 이가 되어라."라는 말씀을 들었다. 힘들도 추운 시간이 지금인지 모르겠다. 추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것이지만 지금은 온몸이 추위로 꽁꽁 얼어버린다. 그럼에도 희망과 사랑이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살아가려고 한다.
작은 공간에서 피어오르는 꽃처럼, 세상에 그렇게 오신 분이 있다. 그분이 세상을 대신해 희생하기 위해 왔고, 그분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다. 삶에 중요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생각이다.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그저 다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모른 체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려고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특별하지 않은 날이더라도 특별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함께 하며, 즐겁게 보내는 시간, 기쁨을 나누는 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새벽에 문득 떠오르는 크리스마스!!! 사랑과 감사의 시간, 나누는 시간을 잠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길 바란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어릴 적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지금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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