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무엇인가? 미래라는 단어만 나와도 왠지 거창한 듯한 말을 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은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나를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를 향한 외침을 통해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간다. 하루하루를 허실 없이 보내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고 지내면서 미래에 대고 외쳐보는 것이다. 그렇게 외치는 순간 어쩜 나에게 다가오는 신선함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봉사하기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사진작가가 되고, 그렇게 해서 좋은 사진도 출품도 하고 이름도 날리는(?) 작가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냥 쉬는 날에는 어디든 달려 가고 여름이면 덕진 연못에 핀 연꽃을 찍으러 새벽녘에 나가는 일들이 부지기 수였으며, 혼자서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나는 사진여행에 흠뻑 빠져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호회에 가보기도 하고, 사진 하는 클럽에 나의 사진들을 올려보기도 하고, 좋은 사진이다고 칭찬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보성에 작품사진을 찍으러 동호회 사람들과 갔었다. 새벽에 출발해야 했고 도착할 무렵에는 어두워진 하늘이 새벽의 여명을 담으며 밝은 빛을 품어내고 있었다. 보성에 도착한 우리는 정말 멋진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면서 "와 ~~ 제대로 맞추어서 왔나 보네요? 멋진 사진 나올 수 있겠어요"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뒤 녹차밭을 향해 올라가는 중에 급 실망을 하게 된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나의 코끝에 들어오는 것은 타는 듯한 냄새였고, 설마 설마 하면서 오르는데 모깃불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 피워놓은 것이었다. 지금은 안될지도 모르지만 오래전 일이라 그 당시에는 되었나 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촬영을 해서 상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까지 해야 되는가? 자연은 아무 소리도 아무 반응도 만들지 않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저런 것들을 만들 수 있지 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황당함이 몰려왔다.
그래 이것 뿐이겠지? 라면 녹차밭에 이르렀다. 사진에 대한 상금이 있고 입상을 하게 되면 작가 점수가 부여되기에 도착한 시간에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으려는 치열한 몸부림에 다시금 두 번째 실망을 하게 된다. 사진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촬영이 되어도 결코 같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와 작가들이 이런 사람들인가?"라는 한심한 생각이 오갔다. 그러고는 우리는 한편 구석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보통 출사를 나가면 200컷~300컷을 촬영하지만 정작 좋은 사진을 1~2장뿐이고, 그것도 운이 좋았을 때이고, 때로는 그마저도 없을 때가 많았다. 다만 사진을 찍은 것들이 아쉬워 그냥 저장을 해놓고 볼 뿐이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수녀님과 비구니승의 모델들이 녹차밭을 지나가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세 번째 실망을 하게 되는데 젊은 모델들이어도 그들은 인격체임에도 "야~~ 다시 뒤로와봐", "야 다시 앞으로 가봐"라며 여기저기서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반말을 마구마구 던지는 것이다. 아직도 중고딩에게도 반말을 잘하지 않는 편인 나에게는 딴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며 사진작가를 하고자 하는 맘을 접어 버렸다. 그리고는 내가 찍고 싶은 풍경사진들만을 찍고 내려가자고 하였다. 작가를 하여 지부를 만들고 사진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어떤 촬영을 해도 출품을 하지 않았다. 다만 동호회에서 사진을 제출하여 전시를 하자는 경우에만 작품이라고 하는 것을 내게 되었다.
이 후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산에 정말 멋진 할미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갔지만 이미 누군가 사진을 찍고 꺾어 버렸다는 둥, 아침 이슬을 표현하기 위해 식용유를 뿌린다든지, 분무기를 가지고 물방울을 만들기 위해 뿌린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하고 연꽃을 찍으러 갔을 때 이미 이슬은 다 말라 버렸을 시각인데도 연꽃이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겠지만 연꽃은 아침이슬 말고 다른 물방울로 인해 뜨거운 태양에 말려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시작된 마음과 다르게 사진작가에 대한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물론 작가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방송에 나온 모 사진작가는 태반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그런다고 이야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외국에 금강송의 사진을 찍어 많은 가격에 판매한 작가가 멋진 금강송을 찍을 수 없다고 220년 된 금강송을 무단으로 벌채한 경우도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작품만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망가뜨려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일련의 이런 일들을 보고 듣고 하면서 작가의 생각은 접어버리고, 취미로,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 성당에서 지인이 집에 있는 내 사진을 보고 나를 추천하게 되고 그렇게 성당에서 행사사진을 찍으면서 봉사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을 배워서 나중에 성당에서 봉사하면 되지!! 그러고 싶어라고 아내에게, 가까운 지인에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어제 차를 타고 군산을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이 예전에 사진을 찍는 것은 나중에 봉사하기 위함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봉사하는 것 아니야!! 지금 당신의 글을 쓰고 있는 데 그것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잖아?"라고 하는 것이다. "맞아 내가 그랬지?"라는 것을 떠올려 보며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버릇처럼 "나는 나중에 강의를 하고 싶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보아 입머릇처럼 던지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미래의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 그것이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미래의 자신에게 던지고 싶은 가요?
'백근시대의 삶(50대의 하루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인식과 자신감으로 홀로 서기 (0) | 2023.07.05 |
---|---|
브론치 작가로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다 (6) | 2023.07.04 |
변화와 위험에 대한 관점전환 (0) | 2023.07.02 |
바보 상자에서 헤메고 있는 자녀 (2) | 2023.07.01 |
리더로서의 모습과 역할 (14) | 2023.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