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님은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하셨어요. 월 연금이 400만 원 넘고, 아파트도 더 넓죠. 하지만 만날 때마다 한숨부터 쉬세요. "하루가 너무 길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매일 TV 앞에 앉아서 시간만 때우고 계시더라고요. 반면 이웃집 박 선생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셨어요. 연금도 150만 원 정도밖에 안 되시죠. 그런데 항상 바쁘게 다니세요. 아침엔 동네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 읽어주시고, 오후엔 옥상 텃밭 가꾸시고, 주말엔 등산 모임까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해요"라고 하시면서도 표정이 늘 밝으세요. 같은 은퇴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저도 50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행복한 은퇴란 얼마나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일까, 아니면 어떻게 사는 것일까?'

왜 돈 만으로 행복한 은퇴가 불가능할까?
통계를 보니 충격이었어요. 은퇴자 중 30% 이상이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객관적 경제적 여유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하더군요. 생각해 보세요. 40년 가까이 회사에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두면 어떨까요? 요즘 은퇴예정자들을 만납니다. "저는 00 회사 김 부장입니다."라고 소개하던 사람이 갑자기 김 씨가 되는 것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 됩니다. 회사 동료들은 한둘씩 멀어져 갑니다. 그러면 하루 24시간을 뭘로 채워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강의를 하던 중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던 분의 이야기입니다. "돈은 있는데 쓸 곳이 없어. 혼자 좋은 식당 가봐야 뭐 해. 여행도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돈은 은퇴 생활의 기반이지만, 의미 있는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노년의 안정적 삶을 위해서는 돈은 필요한 것입니다.
나다운 은퇴를 위해 준비해야 할 4가지 자산
첫 번째는 사람이에요. 은퇴하면 회사 인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요.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죠. 그래서인지 저는 참 운이 좋은가 봅니다. 코치 협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어색했던 코치님들이 하나둘씩 친해지고 있어서입니다. 살아온 삶도, 하는 일들도 다르지만 함께 만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됩니다. 가족 관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은퇴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갑자기 남편이 집에만 있으니까 부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은퇴한 남성을 가리켜 일본어로 누레오치바, 즉 젖은 낙엽이라고 합니다. 젖은 낙엽이 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대화를 늘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건강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프면 소용없잖아요. 특히 요즘 치매 얘기 많이 나오는데, 예방하려면 꾸준한 두뇌 활동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의 치매 예방법이래요. 그래도 지속적으로 다니고 있는 수영장이 있어 다행입니다. 50대에 특히 퇴직 전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하고 나면 피곤도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져 자신감도 높아집니다.
세 번째는 의미예요. 월급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말이에요. 제가 아는 지인 중에는 전문직에 있다가 지금은 은퇴를 하고 요리를 배우기도 합니다. 평생을 조직에서 일만 했는데 스스로가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재미가 있나 봅니다. 삶의 의미를 거창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봉사활도도 좋고, 취미 활동도 좋습니다. 스스로가 하는 것에 왜 하는지?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아는 것입니다.
제 동생은 20년 넘게 회계사로 일했는데, 은퇴 후엔 목공예를 배우고 있어요. "평생 숫자만 봤는데, 이제 손으로 뭔가 만드니까 너무 재미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작은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데, 그게 큰 보람이라고 해요.
꼭 거창한 게 아니어도 돼요. 봉사활동도 좋고, 취미 활동도 좋고.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걸 하는지' 이유가 분명한 거예요.
마지막은 평생 학습이에요. "나이 들어서 뭘 배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요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요. 50대 후반인 사람들 중에 스마트폰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하십니다. 심지어 식당에 가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소이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 MAke 자동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50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예요.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무얼 할지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평생학습 계획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자격증이나 언어 학습 같은 것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인맥을 넓히는 것입니다. 조직에 있던 인맥이 아닌 서서히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인맥을 넓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건강관리인데 진짜로 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작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다 바꿀 수 없습니다. 금세 포기하게 되니까요.
2년 전 퇴직을 할 때만 해도 두려웠어요. '돈은 얼마나 모아야 할까', '생활은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만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미래가 기대가 됩니다. 회사 일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입니다. 함께할 사람들, 건강한 몸과 마음, 의미 있는 일, 그리고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실행을 할 때 진짜 행복한 은퇴가 가능해집니다.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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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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