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시작하면서 생긴 루틴이 하나 있다. 강의 시작 최소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경우에는 좀 더 일찍 도착한다.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있어서이다. 진행 담당자는 강사가 도착하지 않으면 초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급하게 도착해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 조급해지는 내 마음을 알아서이다. 그렇게 시작된 강의는 항상 긴장감 속에서 진행하지만, 막상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그 긴장은 사라지고 교육생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교육생들과 소통이 되기 시작하면 나의 목소리와 에너지도 그 현장에 맞춰진다. 이것은 '강의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내어 준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성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잘하겠다고 하는 것은 마음에 부담을 준다.
혹시 이런 경험 있지 않나요?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자신의 목을 더 태우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며, 덜덜 떨리는 경험 말이다. 긴장만이 아닐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뇌를 결과 중심으로 바꾸어 버려 오히려 심리적 부담감이 더 가중된다. 마음속 어딘가에 평가자가 앉아서 지금 하는 강의를 체크당하는 기분이다. 그러면 완벽해지려는 마음과, 자기 검열로 강의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보다 결과에 대한 생각으로 메몰 되어 교육생들의 반응보다는 평가라고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자연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고, 강의의 흐름은 맞게 가고 있는지, 대화의 리듬은 어떤지를 따지게 된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말이다.
골프를 처음 배우던 골린이 시절이 있었다. 어느 정도 치기 시작하면서 직장 상사가 스크린을 치자고 한다. 매번 내기를 하기에 나는 잃어 주러 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누적이 되지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는 프로가 골프백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골프 치러 가?"라고 물어, 스크린을 치러 간다고 했다. 그 말에 훅하고 올라오는 단어가 "오늘은 꼭 이기고 싶습니다." 그러자, 프로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기려고 해."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동안 많이 졌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은 꼭 잃지 않을 거야. 훨씬 더 잘 치고 올 거야." 다짐은 찻 잔 속에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여지없이 깨지고 더 깨졌다.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내 발목을 잡았고, 더 긴장하게 했던 것이다. 이 교훈이 내게는 컸던 모양이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뭘까? 잘해야 한다는 것은 성과중심의 사고이다. 결과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과정 중심의 시고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상황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인사이트는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지금 하는 집중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하려는 마음은 매번 두려움과 함께한다.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란 녀석이 불을 지핀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성장에 기반을 두고, 이 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다. 관객을 보지 않고 심사위원과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나의 성장을 돕고 있나 보다. 어제는 대인관계소통 강의를 마치는데 내게 스피치 강의를 요청했다. 나보다 더 잘하는 강사님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했는데 단번에 'NO'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도 살짝 놀랐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를 금방 이해가 되었다. "코치님이 해 주셔야 됩니다. 너무 잘해주시고,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가 해야겠군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건 바로 그 순간에 나는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려는 것이 아니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잘하시려고 하나요?
백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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